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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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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뉴스

성수 외국인 소비, 박물관 여행으로 이어질까

서울 성수동의 체험 공간에서 전시·판매되는 한국 문화유산 관련 박물관 상품

성수에서 산 카페 한 잔이 박물관 여행의 출발점이 될까

성수동카페거리의 외국인 카드소비액이 1년 사이 109.3% 늘었다. 성수동 경수초등학교 인근은 무려 206.6% 증가했다. 이제 이곳에 몰린 소비의 흐름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과 지역 박물관으로 돌려보겠다는 실험이 시작된다.

SK텔레콤은 2026년 10월 12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함께 민관협력 문화관광 프로젝트 ‘K-보물길(K-Treasure Road)’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출발점은 T 팩토리 성수다. 2026년 11월 첫 협업 프로그램을 선보인 뒤, ‘2027~2029 한국방문의 해’ 첫해인 2027년까지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가 이 사업을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문화유산을 성수에 가져오는 데 있지 않다. 성수에서 끝나지 않게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팝업스토어와 카페, 로컬 상권을 찾아온 방문객의 발걸음이 박물관과 다른 지역으로 이어진다면 관광 동선의 지도가 조금 달라진다. 반대로 성수에서 전시를 보고 상품을 산 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간다면, 이름만 ‘보물길’이고 실제로는 짧은 막다른 골목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은 이미 성수에 지갑을 열고 있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26년 1~8월 1,15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6%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의 누적 카드소비액은 7조 7,813억 원으로 59.9% 증가했다. 관광객보다 소비가 더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숫자만 보면 서울 관광은 회복을 넘어 꽤 힘차게 달리는 중이다.

그런데 돈이 흐르는 장소가 달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외국인의 방문과 소비가 명동·동대문·강남 중심에서 홍대·성수처럼 서울의 일상과 로컬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수의 외국인 카드소비액은 2026년 1~8월 전년 동기 대비 103.7% 증가했다. 명동 일대의 증가율 74.7%, 여의도 IFC·더현대서울의 58.2%와 비교하면 성수의 상승세는 유행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엔 제법 가파르다.

이 변화는 관광객의 취향이 ‘유명한 곳을 찍고 이동하는 여행’에서 ‘동네의 분위기를 소비하는 여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성수는 낡은 공장과 새 브랜드, 카페와 전시가 한 골목 안에서 부딪히는 곳이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도시의 생활감을 만나는 장소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는 무대다. 두 시선이 만나는 지점에 K-보물길이 놓인다.

다만 카드소비액 증가는 성수 전체의 관광 소비 변화이지, K-보물길 때문에 생긴 효과는 아니다. 이 선후관계를 뒤집으면 홍보 문구는 근사해져도 사실은 흐려진다. 저는 이 사업의 성패를 성수의 소비 증가와 섞어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성수의 인기는 이미 있었고, 이제 프로젝트가 그 인기를 문화유산과 지역 여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별도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이미 여행 가방에 들어갔다

K-보물길이 기대를 걸 만한 근거는 문화유산 상품의 반응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뮷즈 전체 매출은 218 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0% 늘었다. 외국인 고객 매출은 약 10 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2026년 상반기에만 약 1 만 2 천 개가 팔렸고, 누적 판매량은 6 만 1 천 개에 이른다. 박물관 유물이 전시실 안에서 조용히 감상되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자의 가방과 책상, 일상으로 이동한 사례다.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이 “뮷즈는 문화유산을 박물관 안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브랜드”라고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상품은 단순한 기념품 이상이 된다. 여행자는 물건을 사며 유물을 한 번 더 기억하고, 그 물건을 본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가 문화유산의 작은 대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물건 하나가 곧바로 박물관 방문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행의 기억을 손에 잡히는 형태로 남기는 장치가 다음 여행의 이유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번 협업에서 SK텔레콤은 T 팩토리 성수의 공간 제공과 전시 기획·콘텐츠 제작을 맡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콘텐츠 전문 감수를 담당하고,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뮷즈 협업 상품의 공동 기획·제작을 맡는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기관 간 협업과 지역관광 연계, 사업 기획·운영·홍보를 지원한다. 통신사 공간, 박물관의 감수, 상품 브랜드, 관광 정책이 한 줄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 결합은 장점과 경계선을 함께 갖는다. 기업의 체험 공간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데 능하고, 박물관은 문화유산을 설명할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공 문화자산이 기업 브랜드 홍보의 배경으로만 소비되지 않으려면 전시의 정확성뿐 아니라 목적과 성과도 투명해야 한다. 누구의 브랜드가 앞에 서는지보다, 방문객이 무엇을 배우고 어디로 이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성수 다음에 용산과 지역 박물관이 기다리고 있을까

프로젝트의 구상은 분명하다. 성수에서 문화유물을 소재로 한 전시와 체험 콘텐츠를 선보이고, 국립중앙박물관과 지역 박물관 방문 및 여행으로 연결한다. 성수에서 관심을 만들고 용산으로 이동한 뒤, 더 넓은 지역의 박물관과 주변 관광지, 소상공인으로 동선을 확장하겠다는 그림이다.

문제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홍보 문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성수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지역 박물관에서는 무엇을 더 볼 수 있는지, 영어·중국어·일본어 안내가 제공되는지, 예약과 교통은 편리한지가 모두 맞물려야 한다. 여행자는 좋은 취지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표와 이동 거리, 입장 방식, 다음 끼니까지 계산한다. 낭만에도 환승 정보는 필요하다.

현재 11월 첫 프로그램의 정확한 개막일과 운영 기간, 장소 세부 구성, 참가비, 예약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어떤 문화유물과 뮷즈 상품이 공개되는지도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역 박물관과 소상공인의 참여 지역, 참여 업체, 수익 배분 방식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정보가 채워져야 독자는 ‘좋은 프로젝트’와 ‘실제로 떠날 수 있는 여행’을 구분할 수 있다.

성수의 혼잡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 소비가 빠르게 늘어난 지역에 새로운 콘텐츠가 더해지면 방문객 체류와 소비가 늘 수 있지만, 대기시간과 소음, 보행 안전 문제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성수의 상권이 관광객을 반길수록 주민의 일상은 더 세심하게 보호돼야 한다. 관광객을 늘리는 일과 관광하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일은 같은 문장이 아니다.

서울시는 하반기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지역상권과 긴밀하게 연계해 관광 효과를 골목상권과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타당하다. 다만 실제 성과를 방문객 수나 상품 판매량만으로 계산하면 가장 쉬운 답만 남는다. 지역 박물관 방문이 늘었는지, 체류시간이 길어졌는지, 성수 밖 상권과 소상공인에게 매출이 돌아갔는지까지 봐야 한다.

문화유산 관광의 길은 숫자보다 이동으로 증명된다

정부는 2026년 2월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2027~2029년 한국방문의 해’를 추진하고 방한 관광객 3천만 명 시대와 지역관광 확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K-보물길은 이 큰 목표를 성수라는 작은 현장에서 시험하는 프로젝트다. 거창한 국가 전략도 결국 한 사람이 전시를 보고, 교통편을 찾고, 다른 박물관으로 이동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완성된다.

윤재웅 SK텔레콤 프로덕트&브랜드 본부장은 “이번 협업을 통해 T 팩토리 성수를 찾는 방문객이 우리 문화유물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지역 여행의 즐거움까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장에서 핵심은 ‘발견’보다 ‘지역 여행’이다. 성수에서 문화유산을 발견하는 일은 시작이고,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는 순간에 비로소 프로젝트의 이름값이 생긴다.

저는 이 사업을 성공 여부가 이미 정해진 관광 이벤트로 읽기보다, 소비의 방향을 바꾸려는 실험으로 봅니다. 성수의 외국인 소비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단순한 분산이라면 매력은 오래가기 어렵다. 지역 박물관만의 전시와 이야기, 방문할 이유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성수는 미끼가 아니라 첫 장이어야 한다.

독자에게도 이 변화는 남의 여행 이야기가 아니다. 2026년 11월부터 T 팩토리 성수에서 전시와 체험, 뮷즈 상품을 만날 가능성이 생기고, 그 방문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지역 박물관으로 이어지면 주변 식당·카페·교통·소상공인의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성수에 사람이 더 몰리면서 대기와 혼잡이 커질 수도 있다. 여행의 즐거움과 생활의 불편이 같은 골목에서 만나는 순간이다.

결국 지켜볼 것은 성수에 몇 명이 왔는지가 아니다. 그들이 다음 목적지를 찾았는지, 지역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냈는지, 주민과 상권이 그 이동의 혜택을 함께 누렸는지다. 문화유산이 진짜 길이 되려면, 전시장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의 발걸음으로 이어져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K-보물길 첫 프로그램은 언제 열리나요?

2026년 11월 T 팩토리 성수에서 첫 협업 프로그램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정확한 개막일과 운영 기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K-보물길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문화유물을 소재로 한 전시·체험 콘텐츠를 선보인 뒤 국립중앙박물관과 지역 박물관 방문 및 여행으로 연결하는 문화관광 프로젝트입니다.

프로그램 참가비와 예약 방법은 정해졌나요?

참가비와 예약 방식, 장소 세부 구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기관이 함께 추진하나요?

SK텔레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참여합니다. SK텔레콤은 공간과 콘텐츠 제작, 국립중앙박물관은 전문 감수,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뮷즈 협업 상품,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협업과 지역관광 연계를 맡습니다.

성수에서 지역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여행 코스가 있나요?

성수에서 국립중앙박물관과 지역 박물관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은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코스와 교통 지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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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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