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3만원 시장인데, 돈의 주소는 서울이었다
2025년 한국에 온 외국인 환자 201만 1,822명 가운데 175만5,002명이 서울에서 진료를 받았다. 환자는 200만 명을 넘었는데, 지갑의 방향은 여전히 한 곳을 가리켰다.
의료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약 673만원으로 일반 관광객 약 178만원의 3.8배다. 평균 체류기간도 의료관광객은 7.2일로, 일반 관광객의 6.5일보다 길다. 치료를 받으러 왔다가 숙박하고, 이동하고, 식사하고, 동행자와 시간을 보낸다. 여행업계가 이 시장을 반기는 이유는 진료실 밖에서도 소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큰 시장의 91.2%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렸다. 제가 보기엔 이번 통계의 핵심은 외국인 환자가 늘었다는 사실보다, 그 증가의 과실이 어디에 쌓이고 있는가에 있습니다.
환자는 늘었지만, 지역 분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왜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었을까
보건복지부는 서울 집중의 배경으로 유치등록 의료기관과 교통·관광·의료 인프라가 서울에 모여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2025년 서울의 유치등록 의료기관은 2,555개소로 전체의 62.5%였다. 외국인 환자 입장에서는 낯선 나라에서 병원을 고르는 일인데, 언어 지원과 이동 편의, 진료 뒤 관광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기 마련이다.
의료관광은 병원 하나만 잘한다고 완성되는 상품이 아니다. 공항에서 병원까지의 이동, 통역, 결제, 숙박,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긴 사슬이다. 서울은 이 사슬의 고리가 촘촘하고, 지방은 아직 중간중간 연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단순히 “지방도 홍보하자”고 외친다고 환자의 동선이 바뀌지는 않는다. 광고판은 환자를 부를 수 있어도, 안심까지 배달하지는 못한다.
수치도 이 구조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서울·부산·경기·제주·인천 등 상위 5개 시도가 외국인 환자의 97.3%를 차지했고, 나머지 12개 시도는 합쳐 2.7%인 5만3,345명에 그쳤다. 수도권 쏠림에 부산과 제주가 일부 포함됐을 뿐, 전국적인 분산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도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었다.
2024년에도 서울 비중은 85.4%였다. 2025년 외국인 환자 수가 201만 1,822명으로 급증했지만, 환자 증가가 곧 지역 균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장은 커졌고, 서울의 몫도 함께 커졌다.
부산은 서울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부산은 분명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2025년 외국인 환자 7만5,879명을 유치해 전국 2위를 기록했고, 2024년 3만165명보다 151.5% 늘었다. 대만 환자가 37.4%, 일본이 22.2%, 중국이 15%를 차지했고, 가장 많이 찾은 진료과는 피부과였다. 부산경제진흥원 자료에서 피부과 비중은 67.1%로 제시됐다.
이 숫자는 부산이 지방 의료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부산은 바다와 항만이라는 관광 자산이 있고, 한국관광공사는 크루즈 승객과 서면 의료지구를 연결하는 상품을 추진하며 선원의 의료·뷰티 서비스 이용도 연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와 여행을 억지로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부산에 들어오는 사람의 동선에 의료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한국관광공사 박성혁 사장도 “서울에 집중돼 있는 의료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고, 그중 주목해 보고 있는 곳이 부산”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2026년 의료관광 활성화에 24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점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탠다.
다만 부산의 151.5% 증가율만 보고 서울의 대체지라고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전년 수치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고, 부산의 증가가 장기 추세인지도 더 지켜봐야 한다. 7만5,879명은 적지 않은 숫자지만, 서울의 175만5,002명과 나란히 놓으면 격차의 크기가 먼저 보인다.
부산은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판을 뒤집지는 못했다.
지역이 얻는 것은 환자 숫자만이 아니다
외국인 환자가 지방으로 분산되면 혜택은 병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호텔과 식당, 교통업체, 통역 인력, 관광 안내 서비스가 함께 움직일 수 있다. 의료관광객과 동반자가 2025년 지출한 의료관광 지출액은 12.5조 원, 의료지출액은 3.3조 원으로 산업연구원이 추정했다. 이 돈이 어느 지역에서 실제로 쓰였는지가 지역경제의 진짜 성적표다.
여기서 숫자를 한 번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약 673만원이라는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의료관광객과 일반 관광객의 조사·집계 기준이 완전히 같은지, 진료비가 어디까지 포함됐는지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외국인 환자 수 역시 환자가 진료받은 의료기관 소재지를 보여주는 통계이지, 실제 숙박 지역이나 식사·쇼핑 장소까지 알려주는 수치는 아니다.
따라서 673만원에 환자 수를 곱해 지방 매출을 계산하는 식의 셈법은 그럴듯해 보여도 위험하다. 의료비와 체류비, 통역비, 중개수수료, 사후관리 비용이 어떻게 나뉘는지에 따라 지역에 남는 돈은 달라진다. 숫자가 크다고 자동으로 지역경제가 살찌는 것은 아니다. 숫자에도 이동 경로가 있다.
지자체 예산도 같은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 외국인 환자 유치가 지역 호텔과 교통, 서비스업의 일자리로 이어진다면 투자할 이유가 있다. 그러나 관광상품 판매에만 치우치고 환자 안전과 통역, 사후관리가 뒤로 밀린다면 주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성장의 과실이 아니라 홍보물일 수 있다.
환자 수가 늘었다고 의료관광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외국인 환자 유치는 의원급 의료기관 이용 비중이 87.7%로 가장 높았다. 피부과 진료 수요가 전체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설명했다. 이는 시장 확대의 중요한 단서지만, 외국인 환자 증가가 지역 필수의료나 중증 치료 역량 강화와 같은 뜻은 아니다.
피부과·성형외과 등 미용·비수술 진료 중심의 성장은 비교적 빠르게 관광상품과 결합할 수 있다. 반면 중증 치료는 의료진 구성, 장기 체류, 보호자 지원, 사후관리까지 요구한다. 두 시장을 한 단어인 ‘의료관광’으로 묶으면 성장의 실체가 흐려진다. 저는 이 구분이 앞으로의 정책에서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인 환자 증가가 국내 환자의 진료 대기시간이나 병상 이용률, 진료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영향을 단정해 불안을 키울 일도 아니고, 아무 영향이 없다고 낙관할 일도 아니다. 환자 유치 확대와 국내 환자의 진료 접근성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별도의 자료와 검증이 필요한 문제다.
환자 입장에서도 지역 분산은 ‘지방에 가면 더 싸겠지’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의료 수준과 언어 지원, 교통 접근성, 응급 대응, 진료 이후 관리가 함께 보장돼야 한다. 의료관광은 여행처럼 예약 버튼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출국 뒤에도 이어지는 책임이 상품의 일부다.
지방 분산의 다음 장면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한국의 외국인 환자 유치는 2009년부터 본격 집계됐다. 2019년까지 연평균 23.5% 증가하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12만 명 수준까지 급감했고, 2023년 61만 명, 2024년 117만 467명으로 회복한 뒤 2025년 201만 1,822명까지 늘었다. 시장은 이제 회복을 넘어 새로운 규모에 들어섰다.
문제는 성장 속도에 비해 지역 분산을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부산과 크루즈·의료지구를 잇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사업 몇 개가 전국의 구조적 격차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지역별로 어떤 진료 분야를 키울지, 환자 유치 뒤 사후관리를 누가 맡을지, 관광 소비가 실제로 지역에 남는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부산 사례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서울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부산의 항만과 관광 동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부산의 숫자만으로 지방 전체의 성공을 선언할 수 없다는 한계도 함께 보여준다. 한 도시의 급증은 희망의 증거이면서, 아직 시험 성적표에 가깝다.
제가 보기엔 정부와 지자체가 다음에 제시해야 할 것은 “몇 명을 유치했는가”만이 아니다. 환자와 동반자가 어느 지역에 며칠 머물렀는지, 의료 외 지출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진료 뒤 불편이나 분쟁은 없었는지까지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673만원 시장이 지방에도 실제로 도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환자 200만 시대의 진짜 시험은 유치 기록이 아니라 분배의 기록이다. 서울에 모인 환자를 억지로 흩어놓는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도 안심하고 치료받고 머물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유가 생길 때 비로소 의료관광의 지도에도 서울 밖의 주소가 늘어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2025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몇 명인가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만 1,822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9년 이후 처음 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외국인 환자는 왜 서울에 많이 몰렸나요?
서울에 유치등록 의료기관과 의료·교통·관광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서울의 유치등록 의료기관은 2,555개소로 전체의 62.5%였습니다.
의료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얼마인가요?
약 673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일반 관광객의 약 178만원보다 3.8배 많습니다. 다만 진료비 포함 범위와 조사 기준은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부산의 외국인 환자는 얼마나 늘었나요?
2025년 7만5,879명을 유치해 전국 2위를 기록했고, 2024년 3만165명보다 151.5% 증가했습니다.
외국인 환자 증가가 국내 환자에게 불리한가요?
외국인 환자 증가가 국내 환자의 진료 대기시간, 병상 이용률, 진료비에 미친 영향은 현재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별도 검증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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