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것"인 장비가 "모든 병사의 기본기"가 됐다
리투아니아 파브라데(Pabradė) 훈련장에서 미 육군 2기병연대(2nd Cavalry Regiment, 2CR) 소속 보병 코너 헨릭슨(Connor Henrickson) 병장은 자신이 손에 쥔 대드론 장비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기술은 완전히 새것이다… 이들(업체)도 이런 대드론 체계를 만든 건 처음이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Association of the U.S. Army, AUSA) 연례총회 무대에 선 2CR 지휘부는 바로 그 “완전히 새것”인 장비의 운용법을, 마스킷 사격과 독도법 옆에 나란히 놓인 보병의 ‘새 기본기(new basics)’로 선포했다.
처음 써보는 장비가 동시에 모든 병사가 반드시 익혀야 할 기초소양으로 격상되는 셈이다. 미 육군은 2026년 10월 12일 AUSA 연례총회에서 소형무인기체계(small Unmanned Aircraft System, sUAS) 운용, 대드론체계(Counter-Unmanned Aircraft Systems, C-UAS), 무인지상차량(Unmanned Ground Vehicle, UGV), 전자기 스펙트럼 위장을 보병 기본기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근거는 2CR이 올해 4월 27일부터 5월 31일까지 리투아니아에서 진행한 대드론 훈련 프로젝트 플라이트랩(Project Flytrap) 5.0의 경험이다.
2기병연대 주임원사 제시 클라크(Jesse Clark) 원사는 “최전선이든 후방이든 어디에나 무인기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모든 병사가 이 기본기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주 워싱턴에서는 미 육군이 미래·개념사령부를 미래·자율체계사령부(U.S. Army Futures and Autonomous Systems Command)로 재편한다고 발표했고, 동맹 8개국이 UAS·C-UAS 마켓플레이스에 신규 서명하며 참여국은 33개국으로 늘었다. 한 연대의 훈련 경험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미 육군 전체가 같은 주에 쏟아낸 구조 전환 패키지의 일부다.
기본기가 되기엔 이른 장비들
겉으로 보이는 건 교리의 진화다. 마스킷 사격, 독도법, 무전 예절로 거의 한 세기 가까이 변치 않던 보병의 기초소양에 드론·전자전이 공식 편입되는 장면이니, 당연히 시대에 맞는 업데이트로 포장된다.
그런데 그 업데이트의 재료가 문제다. 헨릭슨 병장의 증언대로, 플라이트랩에 투입된 장비 상당수는 참여 업체 입장에서도 첫 제품이다. 2CR 사령관 티머시 프라이스(Timothy Price) 대령은 “미국식 전쟁 방식은 기동에 중심을 두며, 대드론 작전도 고정 방어에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그 기동형 대드론 체계가 실전에서 몇 달, 몇 년을 버텨야 ‘기본기’라는 이름에 걸맞은지는 아직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다. 플라이트랩 5.0에서 동시에 시험된 산업계 기술은 50여 개. 레이더, 전파방해 체계, 운동형 요격기, 발사형 효과체, 무인지상차량까지 망라됐다는 건, 뒤집어 보면 아직 이 조합이 표준이라고 확정된 게 하나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훈련장이 곧 R&D 현장이 된다
더 흥미로운 건 돈이 도는 방식이다. 플라이트랩 구조를 한 줄로 요약하면 획득 담당 부서, 장비를 들고 온 산업계 파트너, 실전부대가 한 훈련장에 동시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군의 신규 장비 도입은 요구서 작성, 시제품 평가, 시험평가, 양산 승인을 거치는 몇 년짜리 절차다. 플라이트랩은 이 절차의 중간 단계를 보병의 즉석 피드백으로 대체한다.
병사가 써보니 이렇더라고 말하면 그게 바로 다음 버전 설계에 반영되는 구조다. 속도는 빠르지만, 그만큼 전통적인 시험평가 단계가 생략되거나 압축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방혁신단(Defense Innovation Unit, DIU)이 11억 달러 규모 드론 지배 프로그램(Drone Dominance Program)의 다음 단계인 건틀렛 III(Gauntlet III)를 위해 FPV 드론 경험을 가진 병사 약 100명을 모집하고 있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군은 지금 조종 인력이 아니라 실전 데이터를 수집할 살아있는 시험평가관을 구하는 중이다.
33개국 명단, 그리고 빠진 이름
‘새 기본기’를 공식 배지 체계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또 다른 층위의 변화를 예고한다. 무엇이 기본기인지를 정하는 쪽이 병사 평가와 진급 기준까지 건드리게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가 동맹국 단위에서도 작동한다. AUSA 2026에서 알바니아, 캐나다, 크로아티아, 이집트, 일본, 쿠웨이트, 모로코, 파나마 8개국이 UAS·C-UAS 마켓플레이스 참여 의향서에 새로 서명하며 참여국은 33개국으로 늘었다. 누가 이 마켓플레이스에 들어가느냐가 곧 누가 미군과의 상호운용성, 그리고 조달 우선권을 먼저 쥐느냐의 문제다.
이번 명단에 한국은 없다. 일본은 신규 서명 8개국에 포함됐지만 한국은 이번 리스트에서 보이지 않는다. 한국군도 예비군을 대상으로 연 80여 명씩 드론 기본 비행·대전차 타격 훈련을 하고 있고, 국방부는 2040년까지 무인전력을 30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방향성 자체는 미군의 새 기본기 구상과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 미군의 교리 전환과 마켓플레이스 확장이 한국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니다. 국내 방산업계가 완제품 드론보다 레이더·전자전 기반 대드론체계를 새로운 수출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군의 대드론 중심 교리 전환이 장기적으로 수출 기회와 연결될 가능성 정도로 짚어두는 게 정확하다.
미 육군이 노리는 건 '보병의 각성'이 아니라 '조달 생태계의 재편'이다
내가 보기에 이번 새 기본기 선언의 진짜 수신자는 보병이 아니라 산업계와 동맹국이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같은 주 AUSA에서 미래·개념사령부가 미래·자율체계사령부로 재편됐다는 사실은 이 변화가 한 연대의 교훈 공유가 아니라 육군 조직 전체의 재설계라는 걸 보여준다. 둘째, 클라크 원사조차 새 기본기를 도입하는 데 필요한 예산, 추가 훈련시간, 전군 확대 일정은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가 말한 건 인력, 시간, 장비가 포함된 통제된 부대훈련관리가 필요하다는 원론뿐이다. 구체적 실행 계획 없이 선포만 먼저 나왔다는 건, 이 발표의 1차 청중이 교범을 기다리는 교관이 아니라 다음 계약을 노리는 방산업체와 조달 우선권을 저울질하는 동맹국이라는 뜻이다.
동부전선 억제구상(Eastern Flank Deterrence Initiative)에 투입된 8개국 병력 8000명이 매번 새 장비를 들고 리투아니아 벌판에서 실험대가 되고, 그 경험이 AUSA 전시장에서 수출 계약으로 번역되는 흐름은 이미 레이시온 LIDS(코요테) 대드론체계가 미국·카타르·요르단에 7억2900만 달러 규모로 수출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기본기’라는 단어는 따뜻하고 안전한 교육적 수사지만, 그 아래에는 누가 먼저 실전 데이터를 쌓고 누가 먼저 계약을 따내느냐는 훨씬 차가운 경쟁이 깔려 있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그건 2CR의 실험이 실제로 2027 회계연도 야전교범 개정과 전군 교육과정에 조기 반영되고, 이 전환이 산업계 주도가 아니라 육군 교육사령부 주도로 다시 정리되는 경우일 것이다. 지금으로선 그 증거가 없다.
지켜볼 것
- 2CR의 새 기본기 배지 체계가 실제 야전교범이나 미 육군 교육사령부(TRADOC) 교육과정에 공식 반영되는지, 2027 회계연도 예산·교육과정 개정 시점에 확인할 수 있다. 반영된다면 이번 선언이 홍보 수사를 넘어선 조직적 변화라는 뜻이다.
- 한국이 UAS·C-UAS 마켓플레이스에 신규 서명국으로 포함되는지, 다음 AUSA나 해외군사판매(Foreign Military Sales, FMS) 패스트레인 발표 시점에 드러난다. 포함 여부는 동맹국 간 조달 접근권 격차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 건틀렛 III 결과에 따라 어느 드론 업체가 드론 지배 프로그램의 후속 계약을 따내는지, 2027년 초로 예상되는 건틀렛 III 종료 이후 확인할 수 있다. 계약 향방이 훈련장 중심 R&D 모델의 실효성을 보여줄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프로젝트 플라이트랩이 뭔가?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대드론 훈련·실험 시리즈로, 개인·분대급에서 대대급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돼 왔다. 가장 최근인 5.0은 2026년 4월 27일부터 5월 31일까지 리투아니아 파브라데 훈련장에서 미 육군 V군단(U.S. Army V Corps) 주도로 진행됐고 영국, 호주 등이 참여했다.
‘새 기본기’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나?
소형무인기체계(sUAS) 운용, 대드론체계(C-UAS), 무인지상차량(UGV), 전자기 스펙트럼 위장이다. 기존 기본기였던 마스킷 사격, 독도법, 무전 예절에 더해지는 항목이다.
한국은 이번 변화와 관련이 있나?
직접적인 관련은 약하다. 다만 한국군도 예비군 대상 드론 기본 훈련을 하고 있고 국방부는 2040년까지 무인전력 30배 증강 계획을 밝혔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비슷하다. 이번 UAS·C-UAS 마켓플레이스 신규 서명 8개국에는 한국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새 기본기’가 미 육군 전체에 공식 적용됐나?
아직 아니다. 이번 발표는 2CR 단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미 육군 전체 기본군사훈련 교과과정에 공식 반영됐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표 사진 — 미 육군 · Sgt. Max Elli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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