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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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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켓은 하나로 통일한다더니, 콘센트는 앤듀릴이 먼저 깔았다

미 육군 자율무기 해커톤 '오퍼레이션 제일브레이크'의 이면. 발의자는 떠났고, 앤듀릴은 두 달 앞서 200억 달러 계약을 챙겼다. 숫자로 읽는 개방형 생태계의 실체.

콜로라도주 포트 카슨에서 열린 미 육군 Operation Jailbreak 행사에서 무인항공체계를 조작하는 병사
사진: 미 육군 · Cpl. Marie Paul

드리스콜과 도나휴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것

8월31일, 미 육군성 장관 댄 드리스콜(Dan Driscoll)은 사직서를 던졌다. 네 명의 장교를 진급 명단에서 빼라는 요구를 거부한 끝이었다. 비슷한 시기 그의 구상을 함께 짰던 크리스토퍼 도나휴(Christopher Donahue) 장군은 유럽·아프리카사령부 지휘권을 조기에 반납하고 8월에 전역했다. 두 사람이 독일의 동맹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센서·사격 플랫폼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이 구상을 떠올린 지 반년이 채 안 된 시점이다.

10월12일부터 사흘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 연례회의(AUSA)는 두 사람이 설계한 작업의 결과물을 전면에 내세웠다. 50~70개 방산업체가 서로의 자율무기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뚫어 연동시키는 ‘오퍼레이션 제일브레이크(Operation Jailbreak)’다. 발의자는 자리에 없고, 성과만 무대 중앙에 남았다.

사실관계부터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5월 콜로라도주 포트 카슨에서 열린 1차 행사에는 600명, 50개 기업이 모였고, 7월27일부터 8월28일까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진행된 2차 ‘제일브레이크 팔콘 퓨리(Operation Jailbreak Falcon Fury)’에는 70개 기업이 150개 이상의 기술을 들고 나왔다. 포트 카슨 행사 종료 뒤 30일 안에 미 중부사령부(CENTCOM) 책임구역 장병들에게 통합 시스템이 실전 배치됐다는 게 육군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참가 기업 명단을 전하는 단신, 에피루스 연동 소식을 전하는 단신 정도로만 다뤄졌을 뿐, 이 해커톤의 타이밍과 돈의 흐름을 함께 읽은 보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콘센트는 누가 먼저 깔았나

육군 최고기술책임자(CTO) 알렉스 밀러는 이 작업을 가전제품에 비유했다. “여러분이 가진 모든 가전제품, 전구와 토스터, TV가 각기 다른 연결 방식을 쓴다고 상상해보라.” 소켓을 하나로 통일하자는 얘기였고, 육군은 공식 성명에서 “이번 완료된 작업은 오랜 시스템 간 칸막이를 해체해 자율 플랫폼·센서·무기·지휘통제 기술이 서로 다른 업체 간에도 실시간 데이터를 매끄럽게 교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그런데 소켓 통일을 선언하기 두 달 전, 콘센트는 이미 깔려 있었다. 2026년 3월 미 육군은 앤듀릴(Anduril)의 지휘통제 소프트웨어 래티스(Anduril Lattice)를 중심으로 10년간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맺고 120개 이상의 개별 조달 경로를 통합했다. 같은 달 합동기관간 대드론 태스크포스 401(JIATF-401)은 래티스를 대드론 지휘통제 체계로 선정하며 8700만 달러짜리 첫 태스크오더를 끊었다. 제일브레이크 1차 행사가 시작되기 두 달 전 일이다.

그 사이 다른 참가사들의 체급은 작았다. 에피루스는 2025년 7월 자사의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 레오니다스(Epirus Leonidas HPM system) 관련 계약으로 4350만 달러를 받은 바 있다. 200억 달러와 4350만 달러, 두 자릿수가 아니라 단위 자체가 다르다. 개방형 생태계라는 말은 틀리지 않지만, 그 생태계의 척추가 이미 한 회사의 제품으로 정해진 뒤 나머지가 거기 꽂히는 구조라면, ‘개방’보다는 ‘표준화’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이 표준화의 파장은 한국에도 조용히 번질 수 있다. 같은 AUSA 2026 현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차륜형자주포(미군 제식명 XM1776)를, 한화시스템은 AI 단거리 AESA 레이다를 전시하며 미 육군 조달 시장을 두드렸다. 제일브레이크 자체에 한국 기업이 참여했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미 육군이 래티스를 중심으로 개방형 인터페이스·API 연동을 조달 기준으로 굳혀간다면, 앞으로 미군에 장비를 팔려는 동맹국 기업들도 그 기준에 맞춰야 하는 날이 올 수 있다. 지금 당장의 영향은 크지 않지만, 방향은 눈여겨볼 만하다.

매끄러운 데이터, 과열된 드론

육군의 자평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시스템 간 칸막이를 없애고 실시간 데이터 교환을 입증했다는 것. 그런데 거의 같은 시기, 다른 시험장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AUSA 개막 직전인 9월24일 애리조나주 유마 시험장에서 열린 별도의 AI·자율전력 실전훈련에서는 드론 과열, 배터리 방전, 통신 장애가 잇따랐다. 미군은 결국 비행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완전 자율비행 대신 사람이 직접 드론을 조종하는 쪽을 택했다.

에피루스 쪽 발표도 비슷한 결을 보인다. 이 회사는 팔콘 퓨리 기간 중 레오니다스를 더 넓은 지휘통제망에 연결했다고 밝혔고, AUSA에서는 제너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스와 함께 개발한 이동형 버전 ‘레오니다스 GV’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연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이뤄졌는지, 어떤 지휘체계에 연결됐는지, 몇 대의 드론을 상대로 교전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검증 가능한 숫자 없이 ‘연동됐다’는 발표만 남은 셈이다.

제일브레이크가 내세운 ‘매끄러운 실시간 교환’이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홍보 영상 속 성능과 전장의 성능 사이에는 항상 거리가 있고, 이번에도 그 거리를 메울 숫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사람은 바뀌고, 안건은 그대로

드리스콜과 도나휴가 떠난 자리를 채운 건 대행 장관 애덤 텔레(Adam Telle)와 대행 참모총장 크리스토퍼 러니브(Christopher LaNeve)다. 이들은 AUSA 무대에서 제일브레이크의 성과를 그대로 이어받아 자율화 의제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10월2일 텔레 대행장관은 육군 미래·자율체계사령부 신설을 발표했고, 사흘 뒤 개막한 AUSA에서는 국방장관이 9월30일 공개한 ‘프로젝트 아쟁쿠르(자율전쟁사령부)(Project Agincourt / Autonomous Warfare Command)’—2027년 10월1일까지 4성급 통합전투사령부를 세우겠다는 계획—를 다루는 별도 패널까지 열렸다.

18개월 재임한 드리스콜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도록, 발의자가 전원 퇴장한 뒤에도 조직은 살아 움직인다는 걸 보여주려는 타이밍처럼 읽힌다. 다만 이게 제일브레이크의 결과물을 제도화하는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인지, 아니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시 행정인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이 지점은 추정의 영역으로 남겨둔다.

제일브레이크가 증명한 건 '개방'이 아니라 '앤듀릴 표준'이다

나는 이번 해커톤의 핵심 메시지가 미 육군이 말한 ‘칸막이 해체’보다 ‘앤듀릴 중심 표준화의 공식 승인’에 더 가깝다고 본다.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타이밍이다. 래티스 기반 200억 달러 계약과 JIATF-401의 8700만 달러 태스크오더가 제일브레이크 1차 행사보다 두 달 앞서 체결됐다. 다른 하나는 체급 차이다. 같은 생태계 안에서 한쪽은 10년에 최대 200억 달러를, 다른 쪽은 4350만 달러를 받는다. ‘모두에게 열린 혁신’이라는 말이 설 자리는 좁다.

물론 반론도 있다. 포트 카슨과 탬파에 모인 기업은 20여~70여 개로, 앤듀릴 하나에 쏠렸다고 단정하기엔 참가 폭이 넓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통합권 정책(Right to Integrate), API 마켓플레이스 구축 같은 제도화 조치가 뒤따랐다는 보도도 있어, 이걸 단순한 공고전술로만 볼 수는 없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그건 제일브레이크 이후 앤듀릴이 아닌 다른 업체가 독자적으로 대형 계약을 따내는 사례가 이어질 때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런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 에피루스는 ‘탈옥 지위’를 받았다고 자축했지만, 구체적인 교전 데이터 하나 내놓지 못했다.

지켜볼 세 가지

  • 자율전쟁사령부 조직 설계와 예산 배정 발표 — 2027년 10월 출범 목표를 전후로 나올 텐데, 이게 실제 제도화인지 간판갈이인지 가늠하는 첫 신호다.
  • JIATF-401의 12월 지향성에너지 슛오프 결과 — 레오니다스 등 4개 체계를 맞붙이는 시험으로, 에피루스가 공개하지 않은 성능 숫자가 여기서 드러날 수 있다.
  • 제일브레이크 이후 앤듀릴 외 업체의 독자 수주 여부 — 다른 기업이 래티스 생태계 밖에서 단독 계약을 따낸다면, 표준화 쏠림 판단을 재검토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오퍼레이션 제일브레이크란 정확히 무엇인가?

미 육군이 50~70개 방산업체를 모아 서로 다른 자율무기·센서·지휘통제 시스템의 인터페이스를 공개시키고 연동시킨 2단계 해커톤이다. 5월 콜로라도주 포트 카슨에서 1차, 7월27일부터 8월28일까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2차 ‘팔콘 퓨리’ 행사가 열렸다.

앤듀릴은 이 과정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나?

제일브레이크 1차 행사가 시작되기 전인 2026년 3월, 앤듀릴은 이미 자사 래티스를 대드론 지휘통제 체계로 선정하는 8700만 달러 규모 태스크오더와 10년간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미 육군과 체결한 상태였다.

한국 기업이 이번 해커톤에 참여했나?

제일브레이크 자체에 한국 기업이 참가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같은 AUSA 2026 현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K9 차륜형자주포(제식명 XM1776)와 AI 단거리 AESA 레이다를 전시하며 미 육군 조달 시장을 공략했다.

제일브레이크를 발의한 지휘부는 왜 자리에서 물러났나?

댄 드리스콜 전 육군장관은 2026년 8월31일, 네 명의 장교를 진급 명단에서 빼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참모총장 경질 이후 사임했다. 함께 구상을 짰던 크리스토퍼 도나휴 장군은 7월 유럽·아프리카사령부 지휘권을 조기에 내려놓고 8월에 전역했다.

대표 사진 — 미 육군 · Cpl. Marie 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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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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