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2026년 10월 4일 (일)

LUXDIGEST

시사논평

공인들의 죄는 시간이 까준다?

공인들의 죄는 시간이 까준다?

한국에 금덩이라도 숨겨둔 걸까 유승준

10월 2일, 서울고등법원은 유승준이 낸 세 번째 비자 발급 거부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다시 그의 손을 들어줬다.

2002년 입국 금지 이후 24년 동안 이어진 법정 싸움에서 그는 대법원 파기환송을 포함해 이기고 또 이겼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불편한 질문을 하나 던져야 한다. 왜 유승준만인가.

싸이와 유승준 같은 출발, 다른 결말

유승준은 방송과 언론 앞에서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 약속으로 ‘바른 청년’이라는 이미지를 쌓았고, 인기와 부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공익근무 소집을 앞두고 해외 공연을 명분으로 출국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거짓 약속으로 국민의 신뢰를 산 뒤 그 신뢰를 버리고 떠난 것이다.

이후 20년 넘게 그는 반성이 아니라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소송을 이어갔다. 국민이 그에게 등을 돌린 것은 당연하다.

싸이는 어떤가.

그는 현역 판정을 받고도 2002년 말부터 34개월 동안 병역특례인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그 기간에 콘서트 59회, 방송 출연 15회를 소화했다. 2007년 병무청 조사에서 부실 복무가 드러나 편입이 취소됐고, 현역 재입대 처분이 내려졌다.

싸이는 이 처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법정에서 다퉜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야 재입대가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그는 스스로 군대에 ‘다시 간’ 것이 아니다. 피할 수 있는 데까지 피하다가 법이 막아서자 간 것이다.

그럼에도 대중의 기억 속에서 싸이는 ‘군대를 두 번 다녀온 가수’가 됐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성공 이후에는 국가대표 엔터테이너로 대접받고 있다.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했다는 출발점은 같다. 그런데 한 사람은 공공의 적이 됐고, 다른 한 사람은 정상에 서 있다.

싸이가 결국 군 복무를 마쳤다는 사실은 분명 의미가 있다.

다만 그 차이를 만든 것이 오직 ‘대가를 치렀느냐’뿐이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히트곡과 화제성, 그리고 대중이 그를 계속 소비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도 그만큼 큰 몫을 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용서 기준은 정의가 아니라 인기다.

잘못에 대한 관대함이 당연시 되어가는 한국

이 공식은 병역 문제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2001년 이영자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30kg 넘게 감량했다고 홍보하며 다이어트 비디오를 판매했다. 이후 지방흡입 수술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말을 믿고 비디오를 산 소비자들은 속은 셈이다. 그는 사과하고 한동안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복귀해 2018년 MBC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소비자를 상대로 한 기만은 이제 ‘먹방 대모’의 서사 속에 묻혔다.

이수근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로 201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파악한 도박 액수는 3억 7천만 원에 달했다. 그런데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5년 케이블 예능으로 복귀했다. 그 뒤로는 지상파와 케이블을 오가며 다시 ‘예능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지나는 2016년 성매매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호감을 갖고 만난 사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벌금 200만 원이 선고됐다.

그런데 이듬해 SNS에는 “끊이지 않는 루머”라는 표현을 올렸다.

판결로 확인된 사실을 소문으로 돌린 것이다. 상당히 죄질도 그이후 이에 대한 처신도 좋지 않다.

그리고 2026년, 그는 대표곡 리믹스와 해외 K팝 행사 심사위원으로 복귀하며 “축복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판결 앞에서 부인했고, 판결 뒤에는 루머라 했으며, 복귀하면서는 축복을 말했다. 그 어디에도 반성은 없었다.

음주운전, 탈세, 학교폭력, 마약 같은 일탈도 결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부인한다. 증거가 나오면 손글씨 사과문을 올린다. 몇 년 자숙한 뒤에는 유튜브나 해외 활동으로 여론을 떠본다. 그리고 결국 복귀한다. 이 공식은 이미 매뉴얼이 됐다.

관대함의 빈약한 청구서가 한국을 병들게 한다.

이 관대함의 비용은 누가 치르는가. 정직하게 21개월, 18개월을 복무한 청년들이 치른다.

광고를 믿고 지갑을 연 소비자들, 성실히 세금을 내는 자영업자들, 무명으로 버티면서도 선을 넘지 않은 수많은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유명하면 결국 돌아온다’는 학습이 쌓이면 규칙을 지킨 사람만 바보가 된다.

이 논리는 연예계에 머물지 않는다. 인기 있는 정치인, 영향력 있는 기업인, 구독자 많은 인플루언서에게도 그대로 옮겨간다. 버티면 된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

유승준을 향한 분노가 정당하다면, 그 분노는 같은 잣대로 다른 이들에게도 향해야 한다.

한 사람에게는 돌을 던지고 다른 사람에게는 박수를 보내면서 그것을 정의라 부를 수는 없다.

어린 아이들은 어른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한다. 인기만 있으면, 돔낭 있으면 죄를 지어도 용서가 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다시 정화될 희망 조차 없는 사회일지도 모른다.

용서에는 조건이 있다

복귀 자체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속였는지 스스로 정확히 말해야 한다. 그 거짓으로 얻은 이익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복귀는 당사자의 결심이 아니라 공동체의 수용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청자가 채널을 고르고, 음원을 선택하고, 광고 상품을 사는 일은 모두 표를 던지는 행위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이 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국민을 속이며 부귀영화를 누린 자들은 그 죄가 드러나서 형이 확정되면 사회 봉사활동을 적어도 3년 이상 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다시금 복귀를 한다해도 벌어들이는 수입의 과반수 이상을 사회적 약자들에게 기부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런다음 국민들이 이제 그만하면됐다 고 할때에 복귀의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공인들부터 이런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김지훈 기자
Facebook X (Twitter) 링크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