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들라이트를 밝힌 비룡재 앞마당에서 성악과 재즈를 듣고, 갑천을 따라 달리다 온천물에 발을 담그는 가을 저녁은 어떠세요?
유성온날은 2026년 8월 14일부터 12월 11일까지 새로 운영되는 체류형 프로그램으로, 평소 비공개였던 옛 대통령 별장 '비룡재' 앞마당을 음악회 장소로 개방하고 갑천변을 따라 달리는 상시 참여형 '런(Run) 챌린지'까지 포함합니다. 온천욕이나 하룻밤 숙박으로 끝나던 유성온천 방문길에, 요가와 야외 영화, 음악회, 러닝까지 끼워 넣어 머물 이유를 하나씩 더 만들어 둔 셈입니다.

대통령 별장 앞마당까지 연 반년짜리 온천 마을 축제
대전 유성구가 2026년 8월부터 12월까지 유성온천 관광 활성화 프로그램 '유성 온 날'을 운영합니다. 숙박과 온천욕에 머물던 유성온천 방문을 요가, 야외 영화, 음악회, 러닝까지 여러 체험으로 채워 하루 더 묵고 싶은 동네로 바꾸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입니다.
무대가 되는 계룡스파텔과 비룡재는 유성온천의 오랜 시간을 품고 있는 곳입니다. 유성온천의 유래를 담은 전설은 백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쟁 상처로 고생하던 아들을 학이 몸을 담갔던 웅덩이 물로 치료했다는 것이 그 전설의 줄거리입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1394년 태조 이성계가 계룡산 신도안으로 가던 길에 유성온천에서 목욕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근대적 개발은 일제강점기에 시작됐습니다. 1907년 일본인 스즈키 마쓰요시가 봉명동 유성천 남측 개발을 시작했고, 1925년에는 계룡스파텔의 전신인 봉명관이 세워져 조선총독부 영빈관으로 쓰였습니다.
이 건물은 1945년 육군이 인수해 1959년부터 군인휴양소로 이용되고 있고, 1984년 준공된 별채 비룡재는 대통령 별장으로 쓰이며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2020년 유성구와 계룡스파텔이 업무협약을 맺으며 이 공간을 관광객에게 열기로 했으니, 평소 닫혀 있던 공간이 이번 음악회로 다시 한 번 무대가 되는 셈입니다.
아산·부곡의 온천 축제와는 다른 결
온천 지역을 체험형으로 알리는 행사는 전국에 여럿 있습니다. 충남 아산의 ‘아산 3대 온천힐링축제’는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와 연계해 며칠간 온천수 물놀이 풀장과 에어 슬라이드, 족욕 체험을 운영하는 단기 연계 축제이고, 경남 창녕 부곡온천축제도 산신제와 족욕체험, 삶은계란 시식 등으로 꾸린 3일짜리 계절 축제입니다.
유성온날은 다릅니다. 8월부터 12월까지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요가·야외시네마·음악회·러닝이 번갈아 가며 상시 또는 정기적으로 운영됩니다. 하루 이틀 들렀다 가는 축제가 아니라, 몇 달 동안 틈틈이 다시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구조인데, 제가 보기엔 이 점이 유성온날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누구와 가면 좋을까
아이와 함께라면 10월 23일부터 31일까지 유림공원에서 열리는 야외 시네마를 노려볼 만합니다. 이 기간에는 ‘소울’, ‘코코’ 같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 걸리고, 같은 공간에서 국화축제까지 겹치니 꽃길을 걷다가 저녁에는 영화를 보는 하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가 꽃밭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으니, 시간을 넉넉히 잡아 두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연인이나 친구와는 10월 24일 또는 31일 저녁 비룡재 앞마당으로 가 보면 좋겠습니다. 캔들라이트를 활용해 가을밤의 정취를 더하는 야간 공연인 만큼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 세대와 가더라도 음악 해설자 한동운의 해설이 곁들여지니 감상 포인트를 짚어 가며 들을 수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고 싶은 날에는 혼자 나서도 됩니다. 갑천을 따라 유성온천지구까지 달리는 갑천따라 런 챌린지는 상시 참여형이라 날짜를 맞출 필요가 없고, 완주 보상으로 사우나 이용권까지 받을 수 있어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호응이 좋습니다.
이렇게 즐겨 보세요
유성온날 안에서 하루를 짜는 방법은 여럿입니다.
- 가족과 간다면 국화축제 기간(10월 23일~31일) 유림공원에서 열리는 유성 온빛 야외 시네마에서 무선 헤드셋을 나눠 끼고 ‘소울’, ‘코코’ 같은 가족영화를 함께 봅니다.
- 연인이나 친구와는 10월 24일 또는 31일 저녁 비룡재 앞마당에서 캔들라이트 아래 열리는 비룡재 작은 음악회를 봅니다.
- 혼자 또는 운동 삼아 갑천을 따라 유성온천지구까지 달리는 갑천따라 런 챌린지에 참여하고, 완주 보상으로 받는 사우나 이용권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 계룡스파텔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유성 힐링요가 클래스를 찾아가 아로마테라피와 다도를 곁들인 요가와 명상을 경험합니다. 8월부터 11월까지 금요일 저녁과 주말 아침에 열립니다.
-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옛 대통령 별장인 비룡재 건물과 잔디광장을 배경으로 역사적인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남겨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에는 유성 온 쿠폰으로 온천지구 내 호텔, 카페, 베이커리를 들러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매진 행렬, 서두르는 편이 좋습니다
인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야외 시네마는 예정된 9회 상영분이 모두 매진되고 관련 SNS 릴스 누적 조회수도 150만회를 넘었습니다. 갑천따라 런 챌린지 사우나 이용권도 닷새 만에 소진될 정도이니, 가고 싶은 날짜가 있다면 일찍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비룡재 작은 음악회는 유성온날 홈페이지에서 회차별 100명까지 사전 관람 신청을 받습니다. 사전 신청자는 좌석을 우선 받지만, 신청을 못 했더라도 현장 관람은 가능합니다. 다만 야외 시네마는 참여 신청 시 예약금 5천원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 부분은 미리 알아 두는 편이 좋습니다.
교통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10월 19일부터 유성구 대덕대교, 11월에는 충남대학교 앞 온천교 개축공사가 예정돼 있어 트램 공사에 따른 교통 불편이 대전 주요 도로 곳곳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자가용으로 간다면 시간을 넉넉히 잡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함께 들르면 좋은 곳
계룡스파텔 인근에는 유성온천공원 족욕체험장이 있습니다. 지하 200m에서 끌어올린 약 39~42도 100% 천연온천수를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노천 시설이라, 음악회나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발 한번 담그고 가기 좋습니다. 걷다가 다리가 뻐근해질 즈음 들르면 딱입니다.
10월 17일부터 11월 1일까지는 유림공원에서 2026 제17회 유성국화축제가 열립니다. 이 기간에 유성온날의 야외 시네마가 바로 이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오니, 낮에는 국화 꽃길을 걷고 저녁에는 같은 자리에서 영화를 보는 하루도 가능합니다. 12월에는 ‘유성온천 크리스마스 축제’와 함께 유온 브랜드 팝업스토어가 운영되니, 연말에 다시 한 번 들를 이유가 생기는 셈입니다.
위치와 가는 법
주소는 대전광역시 유성구 온천로 89(봉명동)입니다. 대중교통은 대전도시철도 1호선 유성온천역을 이용하면 됩니다. 7번·8번 출구에서 도보 약 12분 거리에 주요 행사장인 계룡스파텔 잔디광장이 있고, 같은 7번 출구에서 도보 약 5분 거리에는 유성온천 테마거리와 족욕체험장이 있는 유성온천지구 초입이 나옵니다.
자가용으로 간다면 호남고속도로지선의 유성 나들목이 가까워 도로가 잘 정비돼 있습니다. 계룡스파텔은 500대 규모의 유료주차장을 갖추고 있고, 투숙이나 영업장을 이용하면 무료주차 등록도 가능합니다. 바로 옆 봉명동 538-5에는 34면 규모의 유료 노상주차장도 있어 차를 세울 곳을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예약과 요금, 운영 시간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다만 일부 체험 프로그램은 요금이 따로 있고, 자세한 이용요금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안내합니다.
프로그램마다 시간이 다릅니다. 유성 힐링요가 클래스는 8~11월 금요일 저녁과 주말 아침 시간대에 열리고, 유성 온빛 야외 시네마는 토요일 19시부터 21시까지(계룡스파텔 잔디광장 9월 5·12·19일, 10월 3·10일 / 유림공원 서편 10월 23·24·30·31일) 진행됩니다.
비룡재 작은 음악회는 10월 24일과 31일 19시부터 21시까지이고, 갑천따라 런 챌린지는 9월부터 상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기 휴무일은 따로 없고 프로그램별 지정 일자에만 운영됩니다.
비룡재 작은 음악회는 유성온날 홈페이지에서 회차별 100명까지 사전 관람 신청을 받고, 참가 등록과 프로그램별 일정 확인도 이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문의는 042-383-6855, 042-672-6857입니다.
10월 24일이나 31일 비룡재 음악회를 보러 간다면, 야외 저녁 공연인 만큼 겉옷 하나 챙기고 사전 신청이 회차별 100명으로 마감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