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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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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O의 ‘차단·약화·붕괴’, 전쟁 억제인가 실전 구상인가

2026년 10월 12일 폴란드 바르샤바 안보포럼에서 발언하는 알렉수스 그린커위치 NATO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

전쟁은 임박하지 않았다는데, 왜 ‘오늘 밤 싸울 준비’인가

전쟁이 임박하지도, 불가피하지도 않다는 말과 공격을 받으면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됐다는 말이 한 무대에서 나왔다. 말이 서로 부딪히는 듯하지만, 알렉수스 그린커위치 미 공군 대장이 2026년 10월 12일 폴란드 바르샤바 안보포럼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오히려 일관돼 보인다. 싸울 준비를 보여줘 싸우지 않게 만들겠다는 억제의 문법이다.

그린커위치는 NATO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이면서 미국 유럽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그는 NATO의 공개된 승리 구상을 세 단어로 압축했다. block, blunt, break. 초기 공격을 막고, 적의 진격을 약화시키며, 필요할 경우 적의 군사력과 전쟁수행 체계를 무너뜨린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두고 “My theory of victory is simple”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략은 대개 이름부터 복잡해지기 마련인데, 이번 표현은 짧고 거칠다. 전쟁을 막는 설명서라기보다 상대에게 보내는 경고문에 가깝다. 다만 단순한 구호와 실제 작전능력 사이에는 언제나 넓은 간격이 있다. 그 간격을 들여다보지 않고 ‘NATO가 전쟁 계획을 공개했다’고 읽는다면, 강한 단어에 분석을 맡기는 셈이다.

‘block, blunt, break’는 작전계획일까, 억제 메시지일까

현재 공개된 내용만 보면 이 세 단계는 세부 작전계획이라기보다 전략적 원칙에 가깝다. 구체적으로 어느 병력과 무기를 어느 기지에서 먼저 투입할지, 탄약 재고가 어느 정도인지, 지휘 절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린커위치가 말한 분류된 ‘Theory of Victory’의 전문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구상을 빈말로 치부할 일도 아니다. 그는 지상·해상·공중 전력은 물론 센서와 자율체계까지 여러 영역의 효과를 전술 수준에서 동기화해 적 부대를 압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차는 전차만으로 싸우지 않고, 함정은 함정끼리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탐지하고, 연결하고, 타격하는 과정 전체를 한 박자로 맞추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제가 보기엔 이 대목이 ‘block, blunt, break’의 핵심이다. block은 국경선 앞에서 단순히 방패를 드는 일이 아니라 공격의 속도와 방향을 끊는 단계다. blunt는 적이 계속 밀어붙일 경우 그 힘을 무디게 해 진격을 막는 과정이고, break는 군사력만이 아니라 전쟁을 계속 수행하게 하는 작전 체계를 흔드는 단계다. 세 단어가 짧다고 해서 구상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개 메시지는 양날의 도구다. NATO 군사 지휘부에는 결속과 준비태세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러시아가 이를 포위 또는 확전 신호로 받아들일 위험도 있다. 아직 그린커위치가 염두에 둔 잠재적 공격자를 러시아로 특정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발언 시점과 유럽 안보 환경 때문에 러시아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추정과 확인은 같은 군복을 입지 않는다.

전면전보다 먼저 일상을 흔드는 것은 무엇인가

NATO가 말하는 위협은 전차가 국경을 넘는 장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보타주, 방화, 드론, 사이버공격처럼 전쟁과 평화의 경계를 흐리는 하이브리드 활동이 이미 유럽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AP는 서방 당국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연관됐다고 지목한 유럽 내 사건을 최소 211건 추적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숫자를 곧바로 ‘러시아가 저지른 211건’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서방 당국이 연관성을 지목한 사건의 집계이며, 모든 사건의 책임이 법원이나 수사기관을 통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저는 이런 구분이 군사 보도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불안을 다루는 기사일수록 숫자는 크게 쓰되, 그 숫자가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대신 말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폴란드 외무장관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활동으로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에 NATO가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어디까지 왔는지 판단할 사전 합의된 기준이 없다며, 사람이 죽기 시작하면 NATO에서 매우 गंभीर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이브리드 공격의 무서운 점은 바로 이 경계선이다. 공격은 벌어졌는데 전쟁인지 아닌지는 정치적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독자 입장에서 이것은 먼 유럽의 군사 퍼즐이 아니다. 사이버공격과 사보타주는 전력·통신·교통·공공기관의 일상 안전과 이어질 수 있다. 공항이나 네트워크가 흔들리고 공공서비스가 멈추면 시민은 그것을 ‘저강도 분쟁’이라는 이름으로 경험하지 않는다. 그냥 오늘 하루가 망가진 것으로 느낀다.

5% 국방비 목표는 안보 청구서가 될 수 있다

NATO는 32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고, 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방위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집단방위가 버튼 하나로 자동 작동하는 장치는 아니다. 북대서양조약 5조 적용 여부와 대응 방식은 정치적 판단을 거친다. 회원국의 영토 보전과 안보가 위협받을 때 협의를 요청하는 4조 역시 5조 발동의 필수 전 단계는 아니다.

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 NATO는 방위 역량을 키우기 위한 재정 목표도 세웠다. NATO는 2025년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의 5%를 매년 핵심 국방요건과 국방·안보 관련 지출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군사력뿐 아니라 핵심 인프라 보호, 네트워크 방어, 민방위·복원력, 방위산업 기반 투자도 포함된다.

이 목표는 억제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센서, 자율체계, 방공·미사일, 장거리 정밀타격, 사이버·우주 역량은 구호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돈과 생산능력, 훈련과 시간이 필요하다. 방위산업체에는 큰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지만, 시민에게는 국방비가 늘어난 만큼 세금과 복지, 인프라 지출의 우선순위를 다시 묻는 청구서가 도착할 수 있다.

여기서 반론도 분명하다. 방위비를 크게 늘리면 억제력이 강해질 수 있지만, 복지·기후 대응·공공서비스와 재원을 놓고 경쟁이 심해진다. NATO가 ‘우리가 준비됐다’고 말하는 순간, 각국 정부는 시민에게 ‘그 준비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아야 한다. 전쟁 억제는 공짜 상품이 아니며, 광고 문구처럼 포장할수록 오히려 신뢰를 잃는다.

5조는 자동발동 버튼이 아니며, 그래서 더 어렵다

NATO는 중대한 사이버 공격과 하이브리드 공격도 사안별 판단에 따라 5조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될 수 있다’와 ‘곧바로 발동된다’ 사이에는 정치적 판단이라는 큰 문턱이 놓여 있다. 드론 침범, 사이버공격, 사보타주가 발생했을 때 공격의 주체와 의도, 피해 규모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폴란드와 에스토니아는 러시아 드론 및 군용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4조 협의를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이런 절차는 동맹이 위험을 공유하고 대응을 조율하는 통로지만, 자동으로 군사행동으로 이어지는 장치는 아니다. 오히려 NATO의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드러나는 지점이다. 32개국이 함께 움직인다는 힘은 크지만, 32개의 정치적 계산도 함께 움직인다.

그린커위치의 “If attacked, we are ready to fight tonight”이라는 말은 준비태세를 강조하는 강한 문장이다. 하지만 이 문장이 현재 어느 지역에 어떤 전력이 배치돼 있고, 실제 공격 때 어떤 순서로 움직인다는 뜻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저는 그 빈칸을 추측으로 채우기보다, 동맹이 실제로 센서와 방공망, 탄약, 지휘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개된 3단계 구상은 억제 메시지로는 힘이 있다. 다만 실제 전력 규모와 배치, 탄약 재고, 지휘 절차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발언만으로 실행 가능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공격을 막겠다는 말과 공격을 실제로 막을 수 있는 능력 사이에는 언제나 훈련장과 생산라인, 그리고 정치적 결단이 놓여 있다.

동맹의 진짜 시험은 선언 다음 날 시작된다

NATO는 약 10억 명의 동맹 시민에게 준비됐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그린커위치는 동맹의 10억 시민에게 우리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확신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안심을 주려는 문장과 경고를 보내는 문장이 동시에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적에게는 억제를, 시민에게는 신뢰를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신뢰는 연설문이 아니라 결과로 만들어진다. 드론과 사이버공격을 얼마나 빨리 탐지하는지, 전력과 통신 장애에 얼마나 견디는지, 동맹국들이 위기 때 얼마나 신속하게 같은 판단을 내리는지가 더 중요하다. ‘block, blunt, break’가 멋진 표어로 끝날지, 실제 전력 운용의 공통 언어가 될지는 이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제가 보기엔 이번 발언의 본질은 전쟁을 예고한 데 있지 않다. 전쟁이 오지 않도록 준비하는 비용과, 만약 오면 싸우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한 문장 안에 묶어 공개한 데 있다. 이제 지켜볼 것은 누가 더 큰 목소리로 준비됐다고 말하느냐가 아니다. 그 말을 뒷받침할 전력과 예산, 그리고 동맹의 결단이 실제로 따라오는가다.

평화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가 계산을 바꾸게 만드는 준비의 결과일 때가 있다. 다만 그 계산서를 결국 받아드는 사람은 유럽의 시민들이다.

자주 묻는 질문

‘block, blunt, break’는 실제 NATO 작전계획인가요?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세부 작전계획이라기보다 공개된 전략적 원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구체적인 병력·무기·기지·지휘 절차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NATO가 말하는 공격에는 사이버공격과 사보타주도 포함되나요?

NATO는 중대한 사이버 공격과 하이브리드 공격이 사안별 판단에 따라 북대서양조약 5조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모든 사건에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의 공격이 발생하면 5조가 자동으로 발동되나요?

아닙니다. 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원칙이 있지만, 실제 적용 여부와 대응 방식은 정치적 판단을 거칩니다.

NATO의 5% 국내총생산 지출 목표는 언제까지인가요?

NATO는 2035년까지 매년 국내총생산의 5%를 핵심 국방요건과 국방·안보 관련 지출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린커위치가 말한 ‘오늘 밤 싸울 준비’는 어떤 전력이 배치됐다는 뜻인가요?

그 발언은 동맹의 준비태세와 싸울 의지를 강조한 메시지입니다. 실제 공격 때 어떤 병력과 무기를 먼저 투입할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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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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