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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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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전쟁 선언 뒤의 빈자리: 500억 달러, 재지정된 사령부, 그리고 없는 한국

헤그세스 장관의 500억 달러 자율무기 예산과 FASCOM 신설 뒤에는 조직개편의 정치학이 있다. 33개국 드론 마켓플레이스에서 한국이 빠진 이유까지 짚는다.

합동경전술차량(JLTV)에 탑재된 AeroVironment LOCUST 고에너지 레이저 대드론 체계
사진: 미 육군 · Pfc. Kiana Tyson

1776이라는 번호, 그리고 명단에 없는 이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시장 한복판에 세운 자주포에는 숫자가 하나 붙어 있었다. K9 차륜형 자주포(K9MH/XM1776). 미국 독립의 해를 딴 제식번호를 미 육군으로부터 받은 참이었다. 같은 행사장, 다른 부스에서는 미 육군이 자율무기 조달망을 33개국으로 넓혔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크로아티아, 이집트, 일본, 쿠웨이트, 모로코, 알바니아, 파나마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그 명단에 한국은 없었다.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육군협회(AUSA) 2026 연례총회는 사흘 내내 같은 단어를 반복했다. 자율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자율·로봇 체계 양산을 위해 500억 달러 규모의 조정예산을 요청했다고 밝혔고, 애덤 텔리 육군장관 대행은 미 육군 미래·자율체계사령부(FASCOM) 설립 메모에 서명했다고 공개했다. 무인항공체계 마켓플레이스(UAS Marketplace)는 출범 이후 8억 달러어치 거래를 처리했고, 이 창구를 통해 70억 달러 규모의 대드론(C-UAS) 계약수단이 발주됐다.

국내 언론은 한화의 제식명 획득과 AESA 레이다 전시를 꽤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이 숫자들이 어떤 조직개편과 정치적 뒷배경 위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확장된 조달망에서 한국이 왜 빠졌는지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500억 달러는 예산이 아니라 청구서다

겉으로 보면 500억 달러는 자율무기 양산을 위한 통 큰 결단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프로젝트 아쟁쿠르(Project Agincourt) 패널에서 “프로젝트 아쟁쿠르는 우리가 취임 첫날부터 집중해온 것의 최종 단계다”라고 말했다. 드론 재고를 수십만 대에서 수백만 대로 늘리겠다는 구상도 이미 내비친 바 있다.

실제로 들여다보면 이 돈은 정규 예산이 아니다. 2027회계연도 예산과는 별도로 편성된 1회성 조정예산이며, 반복 편성이 보장된 돈도 아니다. 행정부는 이번 조정예산 전체로 국방 분야 3500억 달러를 요청 중이고, 헤그세스 장관이 그리는 전체 국방예산 규모는 1조 5000억 달러에 이른다. 500억 달러는 그 안에 끼워 넣은 한 줄일 뿐이다. 장관은 “이 경우엔 어제라도 이런 권한이 필요했다”고 말했지만, 권한은 의회가 쥐고 있다.

중간선거를 석 달 앞두지도 않은, 바로 다음 선거구도가 잡혀 있는 시점에 분점 의회가 이 액수를 그대로 통과시켜줄지는 불투명하다. 필자가 보기에 이 발표는 예산이라기보다 청구서에 가깝다. 금액을 먼저 공표하고 승인은 나중에 받는 순서, 그 자체가 이번 발표의 성격을 말해준다.

합동경전술차량(JLTV)에 탑재된 AeroVironment LOCUST 고에너지 레이저 대드론 체계
사진: 미 육군 · Sgt. Collin Mackall

사령부는 새로 생기지 않았다, 간판만 바뀌었다

텔리 장관 대행은 AUSA 연설에서 “우리는 최첨단 기술을 병사들의 손에 쥐어주고, 편제·획득·훈련 전반에서 자율성을 우선시해 미래전을 지배하기 위해 미 육군 미래·자율체계사령부(FASCOM)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신설 사령부, 신설 지휘구조처럼 들린다.

그러나 FASCOM은 실제로는 기존 '미래·개념사령부'를 재지정한 조직이다. 크리스토퍼 라네브 육군 부참모총장이 텔리 장관 대행의 10월 1일 서명 메모에 따라 이 재지정을 승인했다. 이름 자체도 1년 전 폐지된 육군 미래사령부의 명칭을 되살린 것이고, 이 조직은 작년 육군 미래사령부와 교육사령부(TRADOC)를 통합한 뒤의 체계를 그대로 잇는다. 다만 한 가지는 바뀌었다. 과거엔 보병 출신 4성 장군이 지휘하던 자리를, 이번엔 획득 담당 임원이 맡는다는 점이다. 획득 담당 차관보에게 우선 자율체계 구매를 한 사무실이 총괄하도록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한이 전투병과에서 조달 라인으로 넘어간 셈이다.

이 재지정은 전임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헤그세스 장관과의 갈등 속에 8월 31일 사임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왔다. 갈등의 발단에는 헤그세스 장관이 랜디 조지 육군참모총장을 설명 없이 해임한 사건이 있었다. 텔리 장관 대행의 10월 14일 연설은 드리스콜 사임 이후 그가 처음 공개 석상에 선 자리였다. 메모에는 FASCOM의 지휘관이 누구인지, 어디에 기지를 두는지조차 명시되지 않았고, 육군 대변인은 세부 사항을 추후 발표하겠다고만 했다. 조직개편의 속도가 내용을 앞질렀다.

발당 5달러의 약속과 2028년의 시간표

AeroVironment는 9월 고에너지 레이저 체계 ‘로커스트 X3(LOCUST X3)’ 생산을 위해 4억 6480만 달러 규모 계약을 따냈다. 회사 측은 이를 미국 역사상 최초의 지향성 에너지 무기 양산 계약이라 부른다. 30킬로와트급 레이저로 중대형 드론을 발당 5달러 미만 비용에 격추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주장이다. 메리 클럼 AeroVironment 우주·사이버·지향성에너지 사업부 사장은 “‘지속형 고에너지 레이저’ 프로그램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크다. 단순히 레이저가 드론을 격추하는 문제가 아니라, 지향성 에너지가 육군 전력구조 안에 지속적인 자리를 잡는 전환점이다”라고 말했다.

숫자만 보면 드론 요격 경제학을 뒤집을 체계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체계가 실제 병사 손에 들어가는 시점은 멀다. 육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첫 로커스트 X3는 2027회계연도 4분기 인도가 목표이고, 합동경전술차량(JLTV)에 탑재돼 2028년 초에야 대드론 작전에 투입될 준비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레이저 무기는 대기 상태와 가시선 조건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고, 표적의 취약 부위에 충분한 에너지를 충분한 시간 동안 집중해야 효과를 낸다는 물리적 한계가 따로 존재한다. 발당 5달러라는 문구는 교전 단가 이야기이지, 날씨와 거리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33개국 명단, 한국은 왜 거기 없나

무인항공체계 마켓플레이스는 2026년 3월 유럽 9개국으로 시작해 이번 AUSA 기간 캐나다, 크로아티아, 이집트, 일본, 쿠웨이트, 모로코, 알바니아, 파나마가 가입 의향서에 서명하면서 총 33개국으로 늘었다. 브렌트 잉그러햄 육군 획득·군수·기술 담당 차관보는 “오늘 서명으로 이 마켓플레이스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사업이 됐다. 이것은 실제로 가동 중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검증한 드론과 대드론 체계를 동맹국이 빠르게 사들일 수 있는 표준화된 조달 창구가, 사실상 미국 주도로 짜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신규 8개국에 일본은 있고 한국은 없다. 이 사실이 한국 방산에 당장 손해를 끼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가입 여부와 수출 실적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차기 가입 라운드 일정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차륜형 자주포로 미 육군 제식명을 받고 한화시스템이 AESA 레이다와 무인수상정을 북미에 첫 공개하는 와중에, 정작 미국이 그리는 자율체계 동맹망의 1차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록해 둘 사실이다.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신호로서는 가볍지 않다.

헤그세스가 사는 건 드론이 아니라 권한이다

필자는 이번 AUSA 발표들을 자율무기 전력 증강 선언이라기보다, 드리스콜 낙마 이후 육군 지휘체계를 획득 라인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치적 승부수로 읽는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FASCOM은 신설이 아니라 재지정이고, 그 과정에서 지휘권이 보병 출신 4성 장군에서 획득 담당 임원으로 넘어갔다. 이것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누가 예산과 구매를 쥐느냐는 문제다. 둘째, 500억 달러는 의회 승인이라는 관문을 아직 통과하지 못한 1회성 조정예산인데도, 발표는 승인보다 먼저 나왔다. 실체가 갖춰지기 전에 선언부터 하는 순서는, 능력 확보보다 명분 쌓기에 가까운 몸짓이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그것은 500억 달러가 의회에서 큰 삭감 없이 통과되고, FASCOM이 예고된 지휘관·기지·예산권을 빠르게 갖춘 실체로 자리 잡을 경우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AUSA의 발표들은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진짜 전력 전환의 시작점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그 조건이 아직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

지켜볼 것

  • 의회의 조정예산 표결: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 사이 처리될 전망이며, 500억 달러 자율체계 항목이 삭감 없이 살아남는지가 이번 선언의 진짜 체급을 가른다.
  • FASCOM 지휘관·기지 발표: 시점 미정이며, 세부사항이 나와야 이 조직이 재브랜딩에 그쳤는지 실질 권한을 가졌는지 드러난다.
  • 한국의 마켓플레이스 가입 여부: 차기 가입 라운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가입 여부가 한국 방산의 대미 조달망 진입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FASCOM은 무엇인가

미 육군 미래·자율체계사령부의 약자로, 텔리 육군장관 대행이 10월 1일 서명한 메모에 따라 설립이 지시됐다. 기존 ‘미래·개념사령부’를 재지정한 조직이며, 획득 담당 임원이 지휘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500억 달러는 확정된 예산인가

아니다. 자율·로봇 체계 양산 확대를 위한 조정예산 요청이며, 2027회계연도 정규 예산과는 별도의 1회성 지출로 설계됐다.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은 왜 UAS 마켓플레이스 33개국 명단에 없나

이번에 추가된 8개국은 캐나다, 크로아티아, 이집트, 일본, 쿠웨이트, 모로코, 알바니아, 파나마다. 한국이 왜 빠졌는지, 차기 가입 라운드가 언제인지는 공개된 자료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로커스트 X3 레이저는 언제 실전에 투입되나

육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첫 체계의 인도 목표는 2027회계연도 4분기이며, 합동경전술차량에 탑재돼 2028년 초에야 대드론 작전 투입 준비가 될 수 있다. 정확한 작전 투입 시점은 매체별로 다소 다르게 제시돼 있다.

대표 사진 — 미 육군 · Pfc. Kiana Tyson
본문 사진 — 미 육군 · Sgt. Collin Mack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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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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