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끝자락 계곡물에 발 담그고, 마을 주민이 차린 하루를 보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경남 거창군 북상면 빙기실마을은 한때 경남도청과 농어촌공사 점검에서 ‘운영부진마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 주민 47명이 뭉쳐 캠핑장 운영을 직접 떠맡으면서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달빛고운병곡캠핑장입니다.

남덕유산 월성계곡 최상류에 자리한 이곳은 총 40여 개의 파쇄석 사이트를 갖추고, 덕유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계곡물을 막아 만든 자연 수영장도 품고 있습니다. 족구장과 놀이방시설까지 있으니 캠핑장 하나에 들어 있는 게 꽤 많습니다.
"운영부진마을" 딱지를 뗀 사람들의 캠핑장
빙기실마을은 덕유산 자락, 26가구 47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산골마을입니다. 국립공원 덕유산 끝자락이라 규제가 많았지만, 그 덕에 자연 풍경이 그대로 보존됐다고 마을 관계자가 전했습니다. 규제가 많아서 오히려 덕을 본 셈인데, 이런 역설이 지금의 계곡과 숲을 만들어낸 겁니다.
이 마을은 2012년부터 체험휴양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는 체험휴양사업 수입이 200~300만 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2억 1,000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숫자만 놓고 봐도 짧은 기간에 꽤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장을 바탕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제6회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소득체험분야 대통령상을 받았고, 농림축산식품부 '으뜸촌'으로도 선정될 만큼 농촌 관광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곳이 됐습니다.
캠핑장과 주변 시설은 농어촌공사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2단계에 걸쳐 조성한 농촌마을개발사업의 결과입니다. 월성자연학습관, 병곡산림체험관, 캠핑장과 주차장, 계곡 쉼터가 그렇게 들어섰습니다. 옛 병곡초등학교가 있던 자리에 체험시설이 새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비슷한 곳과 견주면, 이곳만의 색깔이 보입니다
폐교를 활용해 만든 캠핑장은 전국에 여럿 있습니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의 삼가·북암 농촌체험관 캠핑장도 그중 하나인데, 2022년 70억 원을 들여 조성했고 시범 운영 당시 야영장 1면당 5,000원을 받았습니다. 강원 횡성 별빛마을, 충북 제천 하늘뜨레, 전남 함평 나비마을 같은 곳들도 폐교를 캠핑장으로 바꿔 탁구장과 텃밭, 효소 만들기 같은 체험을 함께 운영합니다.
다만 이들은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서울캠핑장 형태라는 점이 다릅니다. 달빛고운병곡캠핑장은 운영 주체가 마을 주민 그 자체라는 점에서 결이 다릅니다.
같은 거창군 안에서 보면 위천면의 거창수승대와도 비교가 됩니다. 수승대는 명승 제53호로 지정된 전통 역사 명소이자 국민관광지 성격이 강하지만, 병곡캠핑장은 작은 마을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는 체험형 캠핑장이라는 점에서 분위기부터 다릅니다.
누구와 가면 좋을까요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이곳에서 할 게 많습니다. 깡통열차, 숲 체험, 숲 밧줄 놀이, 집라인, 사과피자 만들기까지 체험 프로그램 종류가 많고, 캠핑장과 전통 민박, 현대식 펜션 등 숙박 형태도 여러 가지라 온종일 머물기에 적합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놀이이자 작은 배움의 자리가 되는 셈입니다.

계곡 캠핑을 즐기는 캠퍼들에게도 이곳은 한 번쯤 짐을 풀어볼 만한 곳입니다. 여름철 계곡 물놀이는 물론, 할로윈 시즌에는 마을 전체가 축제장이 될 정도로 규모가 큰 캠핑 행사가 열립니다. 친구들끼리 텐트 몇 동 펴놓고 밤새 떠들썩하게 놀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즐겨 보세요
아이와 함께라면 깡통열차를 타고 마을 안쪽으로 이동한 뒤 숲 체험, 숲 밧줄 놀이, 집라인 체험을 이어가며 작은 모험처럼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마을 체험 프로그램인 사과피자 만들기에 참여해 반죽부터 토핑까지 직접 완성해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꽤 인상 깊은 시간이 될 겁니다.
여름철 가족이라면 덕유산에서 흘러내리는 차가운 계곡물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날씨가 궂은 날에는 마을 내 실내 수영장으로 옮겨 가면 됩니다. 캠핑 애호가나 친구들끼리라면 10월 말 할로윈 시즌에 맞춰 캠핑장과 마을 전체에서 열리는 할로윈 캠핑 축제에서 코스튬을 즐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연인이나 혼자 떠나는 길이라면 비수기 평일에 방문해 계곡 소리를 들으며 한적한 사이트에서 조용히 쉬어보는 걸 제안합니다. 부모님 세대와 함께라면 전망대에 올라 덕유산 자락과 마을 전경을 바라보며 산책 삼아 둘러보는 코스도 어울립니다.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포인트
10월 말 할로윈 시즌에는 마을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붐비기 때문에 이 시기를 노린다면 예약을 서둘러야 합니다. 사람이 몰리는 걸 각오하고 가는 축제이니, 조용함보다는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즐길 마음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조용히 쉬고 싶다면 장마철 직후나 평일을 노려보세요. 사이트가 여유 있어 계곡 소리를 혼자 다 차지하는 기분을 낼 수 있습니다.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캠핑장 건너편 전망대에 오르는 걸 권합니다. 계곡과 마을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라, 걸어 올라갈 신발 정도는 챙기는 게 좋겠습니다.
함께 들르면 좋은 곳
거창수승대는 소나무 숲과 거북바위, 계곡 물놀이로 유명한 거창 대표 관광지입니다. 명승 제53호로 지정된 곳이니 역사와 풍경을 함께 보고 싶다면 들러볼 만합니다. 월성계곡은 남덕유산 자락의 계곡으로, 수량이 풍부하고 산세가 수려해 거창의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피서지입니다.

금원산자연휴양림도 같은 덕유산·금원산 권역이라 숲과 계곡을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 여름이라면 계곡과 실내 수영장을 번갈아 쓸 수 있고, 10월 말에는 할로윈 캠핑으로 마을 전체가 들썩입니다. 겨울에는 설경이 운치 있는 시기이니,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가진 동네라고 보면 됩니다.
위치와 가는 법
주소는 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병곡길 447-11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거창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농어촌버스 북상선이 병곡입구, 병곡 등을 경유합니다.
다만 농어촌버스는 노선별로 30~50분 간격으로 배차되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움직이는 게 마음 편합니다. 캠핑장 내 주차는 가능하며 주차 요금은 무료입니다.
예약과 요금
이용요금은 공식 안내 기준 30,000원에서 250,000원까지로, 변동될 수 있어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게 정확합니다. 캠핑 1박은 비수기 30,000원, 성수기 40,000원으로 안내된 자료도 있습니다. 입실은 14시, 퇴실은 다음 날 11시입니다.
예약은 홈페이지 온라인 실시간 예약이나 전화 예약(055-943-4096)으로 할 수 있습니다. 개인 트레일러를 가지고 입장할 계획이라면 사전 문의 후 별도로 예약해야 합니다.
운영 시간과 문의
이 캠핑장은 연중무휴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운영합니다. 평일과 주말 모두 운영하니 평일 캠핑을 즐기는 분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는 셈입니다. 문의는 전화 055-943-4096 또는 010-5729-6666, 홈페이지는 www.binggisil.com입니다.
개인 트레일러를 끌고 갈 계획이라면 전화 055-943-4096으로 사전 문의와 별도 예약을 마쳐야 입장할 수 있고, 10월 말 할로윈 시즌을 노린다면 예약부터 서둘러두는 쪽이 자리를 지키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