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엔 '북벽향림'이라 불리던 절벽 숲, 올해 처음 생긴 정자에서 내려다보면 어떤 느낌일까요?
천연기념물 '제1호'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도 동구 주민조차 천연기념물 1호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할 만큼, 대구 동구 도동의 측백나무 숲은 오랫동안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숲에 2026년 상반기, 울창한 측백나무숲이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 정자가 처음으로 들어섰습니다.

향산 자락, 중생대 백악기 퇴적암인 경상 누층군 대구층 절벽에 자리한 이 숲은 측백나무 자생지의 남방한계선에 해당하는 식물분포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면적은 35,603㎡이며, 절벽 전체를 뒤덮은 측백나무 군락입니다.
달성 측백수림에서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까지
이 숲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33년 한반도에서 천연기념물 보호 제도가 처음 시행되자, 조선총독부는 이듬해인 1934년 이곳을 ‘달성 측백수림’이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제1호로 지정했습니다. 해방 뒤 대한민국 정부가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 1962년 12월 7일 다른 천연기념물들과 함께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1호로 다시 이름을 올렸습니다.
1981년 달성군 공산면이 대구직할시에 편입되면서 '달성'이라는 옛 지명과 실제 소재지가 어긋나는 문제가 생겼고, 2008년 문화재청 고시로 이름이 지금의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으로 바뀌었습니다. 조선 전기 문신 서거정은 대구의 아름다운 경치 열 곳을 노래한 「대구십영」에서 이곳을 ‘북벽향림’이라 불렀을 만큼, 조선시대부터 이미 이름난 곳이었습니다.
숲이 자리한 향산에는 일제강점기 말 일본군이 미군 폭격기를 피하려고 뚫은 동굴이 20여 개 남아 있어, 나무를 보러 간 걸음이 자연스럽게 근현대사 한 자락과도 마주치게 됩니다. 나무 숫자를 보면 2016년 대구 동구가 경북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실태조사에서 성목 1,232개, 치수 191개 등 모두 1,423개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2026년 영남일보 보도에서는 높이 5~7m 규모의 측백나무 1만 4천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소개해, 자료마다 추정 그루 수가 꽤 다르게 나타나는 점도 솔직히 적어 둡니다.
2026년 상반기 완료된 산림생태복원사업으로 측백나무 생육 환경 개선을 위해 인근 수목의 수관 밀도를 조절하고 관찰로를 조성했으며, 자생식물인 구철초를 심고 측백나무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판과 정자 등 편의시설도 새로 설치했습니다. 사업비는 2025년부터 총 2억4천500만원이 투입됐다는 보도가 많은 가운데, 영남일보는 동구청이 최근 5개월간 3억원을 투입해 진행한 사업이라고 전했습니다.
단양, 영양, 삼청동과 견주면 다른 점
측백나무 천연기념물은 전국에 여럿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도동 숲과 같은 날인 1962년 12월 7일 지정된 곳이 충청북도 단양군 매포읍의 단양 영천리 측백나무 숲입니다. 같은 석회암지대 자생지라는 점은 같지만, 그쪽 나무는 높이 1~2m로 도동보다 훨씬 작고 띄엄띄엄 자란다는 점이 다릅니다.
경상북도 영양군의 영양 감천리 측백나무 자생지도 측백나무가 중국에서만 자란다는 학설을 뒤집은 자생 증거라는 학술적 의의를 도동과 함께 나눕니다. 다만 나무 높이가 3~5m로 작고 반변천 건너편 절벽에 있어, 규모 면에서는 도동 쪽이 한 수 위라고 봐도 좋습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안에도 측백나무 천연기념물인 제255호가 있지만, 이쪽은 군락이 아니라 노거수 한 그루를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누구와 가면 좋을까
역사와 자연에 관심이 많은 어르신이라면 이 숲이 잘 맞습니다. 천연기념물 제1호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상록수림이라 사계절 늘 푸른 경관을 평탄한 산책로에서 조용히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숲 바로 앞 도동커뮤니티센터를 함께 묶어 보세요. 나무심기 체험장과 측백향카페, 로컬푸드 직매장이 함께 운영돼 자연 학습과 휴식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진이나 풍경을 좋아하는 분들은 2026년 복원사업으로 새로 들어선 전망 정자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절벽을 뒤덮은 측백나무 군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숲 뷰 명당이 이번에 처음 생겼으니까요. 혼자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분도 부담 없습니다. 상시 무료 개방에 연중무휴로 운영되니, 안내판을 하나씩 읽으며 천천히 걸어도 눈치 볼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즐겨 보세요
- 가족이나 지역 주민과 함께라면, 2026년 새로 설치된 전망 정자에 올라 울창한 측백나무숲 전경을 한눈에 감상해 보세요.
- 혼자 또는 친구와 걷는다면, 숲 주변 관찰로를 따라 걸으며 새로 설치된 안내판에서 측백나무 후계목과 숲의 역사·가치를 하나씩 읽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 아이와 함께라면 도동 커뮤니티센터의 나무심기 체험장에서 측백나무 홍보·식재 체험을 해 보고, 측백향카페에서 쉬거나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지역 농산물을 구경해 보세요.
- 역사나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조선 전기 서거정이 ‘북벽향림’이라 노래한 배경을 떠올리며 숲 인근 옛 정자 구로정 터와 향산구로회의 자취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 부모님 세대와 걷는다면 경사가 거의 없는 관람로 구간 위주로 천천히 걸으며 피톤치드 향과 새소리를 즐겨 보시길 권합니다.
- 연인과는 새로 생긴 정자에서 해 질 무렵 숲 전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 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포인트
측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해 공개제한 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일반 방문객은 숲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없고, 바깥 관람로를 따라 걸으며 절벽의 군락을 멀리서 바라봐야 합니다. 학술이나 탐방 목적으로 숲에 더 가까이 들어가고 싶다면 사전에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니, 그냥 산책하러 가는 길이라면 관람로 코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계명대 김수봉 교수는 측백나무가 매연 등 외부 오염원에 매우 취약하다며, 숲 인근에 도로가 인접한 현재의 생육 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숲 전체가 공개제한 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관리나 학술 조사 목적이 아니면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팔공1번 평광동 방면 버스 한 개 노선에 의존하는 구간이니, 시간을 넉넉히 두고 움직이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함께 들르면 좋은 곳
숲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관음사는 통일신라시대 문무왕 10년인 670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지는 천년 고찰입니다. 숲 산책 전후로 다리만 건너면 되니 동선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조선시대 효행으로 존경받은 서시립 선생을 기리는 백원서원, 삼국시대 고분군인 불로동 고분군도 도동 일대에 자리해 하루 코스로 묶어 볼 만합니다.
측백나무는 측백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라 가을·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고 늘 푸른 빛을 유지합니다. 11~12월에 가더라도 숲이 휑하지 않다는 뜻이고, 올해 새로 들어선 전망 정자 덕분에 가을·겨울에도 변함없는 숲 전망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반갑습니다.
위치와 가는 법
주소는 대구광역시 동구 도평로(도동)입니다. 자가용은 내비게이션에 ‘측백향커뮤니티센터’를 입력해 찾아가는 경우가 많으며, 대구국제공항에서 도평로를 타고 도동JC를 넘어 북동쪽으로 가다 보면 우측 방면에서 숲을 볼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팔공1번 평광동 방면 버스를 이용합니다. 주차는 공식 안내상 가능하며 무료로 기재돼 있습니다.
예약과 요금
입장료는 무료이고, 별도 예약 절차 없이 상시 관람이 가능합니다. 다만 숲 안쪽까지 들어가려는 관리·학술 목적의 출입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일반 방문객은 숲 바깥 산책로까지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운영 시간과 문의
상시 개방, 연중무휴로 운영됩니다. 문의는 053-662-4101이고, 숲 앞 도동커뮤니티센터 문의는 053-985-6406입니다.
측백나무는 늘푸른나무라 어느 계절에 가더라도 숲빛이 변하지 않으니, 걷기 편한 신발만 챙기면 사계절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