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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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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의 ‘쿼터백’ 데뷔, 숫자는 안두릴만 알고 있다

F-22가 YFQ-44A 퓨리를 비행 중 지휘한 시연의 이면 — 비공개 계약 배분, 선점 경쟁, 가동률 역설, 그리고 KF-21의 평행선을 짚는다.

F-22의 ‘쿼터백’ 데뷔, 숫자는 안두릴만 알고 있다

하늘 위 '쿼터백', 그러나 이 패스는 두 번째다

10월 초,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Edwards Air Force Base) 상공. F-22 랩터(F-22 Raptor)와 YFQ-44A 퓨리(Fury)가 각각 활주로를 박차고 올라 공중에서 합류했다. 랩터 조종석에서 전술데이터링크로 수정된 임무계획이 날아가자, 퓨리는 사람 손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모의 교전 기동에 들어갔다. 스틱도, 스로틀도, 원격조종도 없었다. 조종사는 그저 저기로 가서 저렇게 움직이라는 수준의 상위 지시만 던졌을 뿐이다.

미 공군과 협동전투기(CCA) 제작사 안두릴(Anduril)은 이 장면을 열흘 넘게 묵혀두었다가 10월16일에야 공개했다. 트로이 메인크 미 공군장관은 “이번 성과는 우리가 ‘전례 없는 속도로 전투원에게 능력을 제공한다’는 공동의 과업에 산업계와 보조를 맞출 때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켄 윌스바크 공군참모총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비행은 유무인 협업의 힘과 그것이 우리 전투원에게 주는 이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미 공군은 2026년 6월 안두릴의 FQ-44A 퓨리와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 Aeronautical Systems)의 FQ-42A 뱅전스(구 다크멀린)에 증분(인크리먼트) 1 생산계약을 발주했다. 규모는 150대. 2032년까지 500대 이상, 장기적으로는 1000~2000대까지 늘리겠다는 게 공식 로드맵이다. 이번 시연은 그 로드맵에서 ‘실제로 전투기가 드론을 지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처음으로 실비행 데이터를 붙인 사건이다. 다만 질문을 좀 더 정확히 다듬어야 한다 — 처음이라는 말 앞에 단서가 여럿 붙는다.

숫자가 사라진 150대짜리 계약서

겉보기엔 화려하다. 150대 규모 증분1 생산계약, 예상 조달비 45억 달러, 개발·조달을 합친 전체 가치는 89억 달러. 2027회계연도 예산요청에는 선행분 포함 23억7000만 달러가 잡혀 있고, 2024회계연도 이후 누적 개발예산만 19억1000만 달러다. 숫자는 넘치는데, 정작 가장 궁금한 숫자 하나는 빠져 있다. 안두릴과 제너럴 아토믹스가 150대를 각각 몇 대씩, 얼마에 나눠 가졌는지는 양쪽 다 공개하지 않았다.

이건 실수가 아니라 설계다. 미 공군은 두 회사를 계속 맞붙여 가격을 누르는 쪽을 택했고, 정확한 배분을 숨기는 쪽이 그 전략에 더 유리하다. 대당 목표단가조차 소스에 따라 2000만~3000만 달러 미만으로 갈린다 — 공군이 노리는 F-35 플라이어웨이 가격의 3분의 1이라는 숫자가 아직은 협상용 구호에 가깝다는 뜻이다. 증분2에서 추가로 2350대를 더 사들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 마당에, 단가 협상력은 결국 누가 더 적은 정보로 더 오래 버티는가의 싸움이 된다.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비행 중인 YFQ-44A 퓨리 협동전투기 드론
사진: 미 공군 · USAF

'최초'라는 타이틀은 두 번째 수상이다

보도자료만 보면 세계 최초다. 하지만 1년 전인 2025년 10월21일, 제너럴 아토믹스·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L3해리스 연합은 네바다시험훈련구역에서 F-22로 MQ-20 어벤저(Avenger)를 비행 중 통제하는 시험을 이미 치렀다. 당시엔 태블릿형 조종사-기체 인터페이스(PVI)와 F-22의 그레이스 모듈(GRACE)을 썼고, 11월17일에 공개됐다. 안두릴의 이번 시연이 다른 점은 딱 하나다 — MQ-20은 대역을 서는 서러게이트 드론이고, 퓨리는 실제 증분1 생산계약을 따낸 당사자라는 것.

안두릴 측 마크 슈슈나 자율공중전력 부사장은 “미 공군의 CCA 프로그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성숙한 CCA 프로그램이며, 세계 최초로 작전 가능한 기체를 전력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설계 착수부터 비행시험까지 556일이 걸렸다는 숫자도 함께 흘렸다. 필자가 보기에 이 속도 강조는 기술보다 경쟁사를 향한 메시지에 가깝다. 제너럴 아토믹스가 이미 F-22-드론 통제 개념을 선점했던 터라, 안두릴로선 ‘진짜 CCA’라는 조건을 달아서라도 타이틀을 되찾아올 필요가 있었다.

쿼터백은 아직 리시버 한 명만 상대한다

이번 시연에서 F-22가 지휘한 퓨리는 단 1대다. 공군이 그리는 최종 그림은 전투기 한 대가 여러 대의 CCA를 편대로 동시에 지휘하는 것인데, 거기까진 아직 멀었다. 무장 발사도, 전자전 환경에서의 교란 대응도 이번 시험 범위 밖이었다. 린던 ‘오토’ 바틀렛 중령 실험작전부대(EOU) 작전처장은 공군·우주·사이버 콘퍼런스 패널에서 “우리는 아직 이 CCA들로 실제 대규모 전력통합훈련(LFE)을 해본 적이 없다. 첫 번째가 12월에 열리는 에메랄드 플래그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이번 10월 시연은 졸업시험이 아니라 입학시험이다.

더 눈에 띄는 건 공군이 말하지 않은 부분이다. 미래 무인편대 전체를 지휘할 두뇌로 지목된 F-22 함대 자체가 소수 정예인데다, 국내 한 칼럼이 미 회계감사원 보고서를 인용해 지적했듯 가동률이 50%대 초중반에 머문다는 지적이 있다. 쿼터백이 부상 전력 명단에 자주 이름을 올린다는 뜻이다. 공군 보도자료 어디에도 이 숫자는 나오지 않았다.

KF-21의 '1-4-8'과 겹치는 시간표

한국도 같은 숙제를 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올해 판버러 에어쇼에서 KF-21 보라매(Boramae) 1대, 중형 다목적 무인기(MUCCA) 4대, 소형 다목적 무인기(SUCA) 8대를 연동하는 ‘1-4-8’ 편대 구상을 선보였다. 조종사가 임무 목표만 부여하면 무인기들이 AI로 세부 역할을 자율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무인편대기 로우어스(LOWUS)는 더 구체적인 시한을 걸었다 — 2027년까지 유인기 조종사가 직접 제어하는 실전 시험을 목표로 한다. 미 공군의 증분1 로드맵과 거의 같은 시간대를 겨누고 있는 셈이다.

국내 매체는 이미 퓨리의 AIM-120 공대공미사일 실사격 시험을 전하면서 KF-21과 함께 작전하는 한국형 CCA 개념을 나란히 소개해왔다. 다만 이번 F-22-퓨리 전술통제 시연 자체를 다룬 국내 보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필자가 우려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 그동안 국내 보도는 KF-21이 미국보다 앞선다는 식의 자부심 서사에 치우쳤을 뿐, 미국 쪽의 예산 불투명성이나 F-22 가동률 같은 실질적 제약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벤치마크를 베끼려면 성공담뿐 아니라 계약서의 빈칸까지 같이 봐야 한다.

안두릴이 노리는 건 '최초 타이틀'이 아니라 다음 계약이다

필자는 이번 발표의 본질이 기술 입증이 아니라 입찰 포지셔닝이라고 본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증분1 생산계약의 업체별 배분이 비공개인 구조에서 세계 최초로 작전 가능한 기체를 전력화할 것이라는 안두릴의 발언은 2027년 여름으로 예정된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주계약자 선정을 앞둔 포석으로 읽힌다. 둘째, 제너럴 아토믹스가 이미 1년 전 F-22-드론 통제라는 개념을 선점했던 만큼, 안두릴로선 실제 생산기체라는 차별화 포인트 없이는 타이틀 경쟁에서 밀린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그건 12월 에메랄드 플래그 훈련에서 퓨리가 다수기 동시통제나 실제 무장 교전 같은 더 높은 단계를 실제로 입증해버리는 경우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10월 시연은 포지셔닝이 아니라 진짜 변곡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반대로 훈련이 미뤄지거나 결과가 조용히 묻힌다면, 이번 발표는 예산 심의 시즌에 맞춘 홍보 타이밍이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지켜볼 것

  • 에메랄드 플래그 훈련 결과 — 2026년 12월, CCA가 처음 참가하는 대규모 전력통합훈련으로 단일 드론 통제를 넘어선 실전 수준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 증분1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주계약자 선정 — 2027년 여름 예정, 안두릴·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실드AI 중 누가 맡느냐에 따라 이번 시연의 포지셔닝 성격이 입증되거나 반박된다.
  • 제너럴 아토믹스의 F-22-FQ-42A 뱅전스 통제 시연 공개 여부 — 시점 미정, 안두릴에 뒤진 타이틀 경쟁을 뱅전스 쪽이 언제 되찾으러 나오는지가 관찰 포인트다.

자주 묻는 질문

YFQ-44A 퓨리는 무엇인가

안두릴이 개발한 협동전투기(CCA) 증분1 생산기종 중 하나다. 2026년 6월 미 공군이 제너럴 아토믹스의 FQ-42A 뱅전스와 함께 총 150대 규모의 증분1 생산계약을 발주했고, 퓨리는 그 일부다.

이번 시연에서 F-22는 실제로 무엇을 했나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각각 이륙해 합류한 뒤, F-22 조종사가 전술데이터링크로 수정된 임무계획을 전송해 퓨리가 모의 교전 기동을 수행하도록 했다. 무장은 사용하지 않았고 통제 대상은 퓨리 1대였다.

정말 세계 최초인가

실제 생산형 CCA를 F-22가 통제한 것으로는 처음이다. 다만 2025년 10월 제너럴 아토믹스·록히드마틴·L3해리스 연합이 서러게이트 드론인 MQ-20 어벤저를 F-22로 통제하는 유사한 개념의 시험을 이미 실시한 바 있어, 최초라는 수식어는 조건부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한국은 이 소식과 어떤 관련이 있나

한국항공우주산업은 KF-21 1대와 무인기 12대를 연동하는 ‘1-4-8’ 편대 구상을 올해 판버러 에어쇼에서 선보였고, 국방과학연구소와 대한항공이 개발하는 로우어스는 2027년까지 유인기 조종사 직접 제어 실전시험을 목표로 한다. 이번 F-22-퓨리 시연 자체를 다룬 국내 보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대표 사진 — 미 공군 · USAF
본문 사진 — 미 공군 · US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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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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