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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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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간 안 잡은 조종사… MQ-72C, 육군 공짜 시연의 속내

해병대 돈으로 만든 무인 화물헬기 MQ-72C를 에어버스가 자비로 미 육군에 시연했다. 조종사는 탔지만 조종간은 잡지 않았고, 화물문은 아직 날아본 적 없다.

미 육군이 운용 중인 UH-72 라코타 헬리콥터, MQ-72C 무인형의 기반 기체
사진: 미 육군

조종사는 탔지만, 손은 비어 있었다

지난주 앨라배마주 헌츠빌 이그제큐티브 공항 상공에서 헬기 한 대가 정지비행 중 복잡한 선회를 그리다가, 가상의 노탐(No-fly zone) 구역을 만나자 스스로 경로를 바꿨다. 조종석에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손은 자율비행이 진행되는 내내 조종간에 닿지 않았다. 무인기라는 간판을 달고도 아직 사람을 태워야만 날 수 있는 기체, 이것이 에어버스가 미 육군에 보여준 MQ-72C 라코타 커넥터(MQ-72C Lakota Connector)의 현재 모습이다.

이 헬기는 원래 미 해병대의 공중 물류 연결기(Aerial Logistics Connector, ALC) 사업을 위해 UH-72 라코타(UH-72 Lakota)를 개조해 만든 무인 화물헬기 데몬스트레이터다. 그런데 에어버스는 지난주 이 기체를 이번엔 해병대가 아니라 미 육군 앞에 세웠다. 비용은 전액 자비 부담, 시연은 5회, 결과 발표는 10월 13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육군협회(AUSA) 연례총회였다. 국내에서는 이 소식이 영상 단신 수준으로만 소개됐지만, 행간을 읽으면 이건 비행시연이 아니라 영업 프레젠테이션에 가깝다.

해병대 지갑, 육군 눈앞에서 열어 보이다

겉으로는 기술 성숙도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실제로는 돈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에어버스 US 스페이스앤디펜스의 제이슨 요킴 ALC 사업 선임디렉터는 이번 시연을 두고 “해병대 예산으로 지금까지 개발해온 모든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헌츠빌에서 육군 대상 시연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더 노골적인 문장도 있다. 그는 육군 관계자들에게 “귀 군의 자매 군(해병대)이 우리가 가진 예산으로 여기까지 끌어올린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번역하면 이렇다. 해병대 돈으로 만든 제품을, 해병대 모르게는 아니겠지만 해병대 허락을 구할 필요도 없이, 육군에게 보여주며 다음 지갑을 열라고 권유한 셈이다. 비용은 에어버스가 냈다. 육군은 참관만 했다. 이건 공짜 쇼케이스가 아니라, 미래의 청구서를 미리 보여준 견적서에 가깝다.

이런 교차영업이 나온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해병대의 ALC 사업은 예산 지연으로 일정이 뒤로 밀린 상태다. 단일 고객의 돈줄이 마를 조짐을 보이자, 에어버스가 서둘러 두 번째 지갑을 찾아 나선 모양새다. 다만 이것이 해병대 사업 자체의 위기를 뜻하는지, 아니면 예산 당국 전반의 지연일 뿐인지는 아직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

미 육군이 운용 중인 UH-72 라코타 헬리콥터, MQ-72C 무인형의 기반 기체
사진: 미 주방위군

'무인 화물헬기'인데 화물칸 문이 없다

MQ-72C의 스펙은 이미 꽤 구체적이다. 최대이륙중량 3,800kg, 순항속도 135노트, 운용 고도 2만 피트. 스타링크를 통해 최대 70마일(약 113km) 떨어진 곳에서 자율 명령을 받는 시험비행도 지난 1년간 진행됐다고 한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익은 기체처럼 읽힌다.

그런데 이 기체의 존재 이유인 화물 적재 기능, 즉 무인화의 핵심인 기수 클램쉘 화물도어는 아직 설계와 풍동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비행시험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통합 목표 시점은 2029년에서 2030년이다.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는 앞서가는데, 정작 '화물헬기'라는 이름값을 해줄 하드웨어는 아직 도면 위에 있다는 뜻이다. 조종사가 탄 채로 조종간을 놓는 묘기는 꽤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헬기가 짐을 싣고 내리는 모습은 아직 아무도 본 적이 없다.

이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쉴드AI의 하이브마인드(Shield AI HiveMind)는 최근 투자시장에서 뜨거운 종목이다. 2026년 3월 시리즈G에서 15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27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흥미로운 건 그 한 해 전, 2025년 3월 2억4,000만 달러 규모 F-1 라운드(당시 기업가치 53억 달러)에 한화자산운용이 전략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MQ-72C 기체 자체와 한국이 연결되는 지점은 없다. 하지만 이 기체의 두뇌를 만드는 회사의 지분 한구석에 한국 자본이 들어가 있다는 점은, 한국이 이 시장과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작은 단서다. 다만 딱 그만큼이다 — 직접적 영향으로 부풀릴 근거는 없다.

조용히 앞서가는 경쟁자

해병대의 ALC 사업에는 에어버스 컨소시엄 말고 또 하나의 경쟁자가 있다. 리어니어 AW139 기반의 니어어스오토노미-허니웰 컨소시엄이다. 이쪽은 이미 2025년 5월, 조종사나 원격조작자 없이 완전 자율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니어어스오토노미의 산지브 싱 최고경영자는 “기존 플랫폼 기반의 확장 가능한 자율 물류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실현되고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에어버스의 조종사-탑승 시연과 비교하면 이 발언에는 날이 서 있다. 다만 경쟁사도 완전한 무인 화물문 통합 등 실전 배치 수준까지 가지는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 격차가 승부를 결정지을 만큼 벌어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해병대가 단일 기종을 고르기 전까지 양쪽 모두 ‘거의 다 왔다’는 말만 반복할 공산이 크다.

에어버스가 노리는 건 해병대 계약이 아니라 육군이 만들 미래 수요다

내가 보기에 이번 시연의 진짜 목표는 해병대 ALC 사업 수주가 아니다. 이미 그 레이스는 에어버스가 뛰고 있다. 진짜 노림수는 육군이 아직 공식화하지 않은 다음 수요, 즉 신형 틸트로터 MV-75(옛 미래장거리강습기, Future Long Range Assault Aircraft)가 만들어낼 보급 공백이다. 이 사업 전체 추정 비용은 약 700억 달러에 이른다. 101공수사단이 포트캠벨에서 합동준비훈련센터까지 500마일을 날아가는 식의 장거리 공중강습이 현실화되면, 그 보급선을 메울 무인 헬기 수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에어버스는 비용을 전액 자비로 부담하면서까지 육군 앞에 섰다. 매출이 당장 걸린 계약이 아니라 장기 포지셔닝에 베팅했다는 뜻이다. 둘째, 요킴의 발언 자체가 ‘해병대 돈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실적 과시였지, 구체적 요구성능이나 예산 확보를 언급한 게 아니었다. 기사도 육군의 유사 수요를 ‘지평선에 있을 수 있다’는 수준의 추정으로만 다루고 있다. 아직 계약서가 아니라 가능성에 베팅한 영업이라는 뜻이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그건 해병대 ALC 사업이 예상보다 빨리 단일 기종 선정에 들어가고 그 결과가 곧바로 육군 예산 편성으로 이어지는, 생각보다 빠른 합동군 표준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때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자비 시연은 ‘공짜 영업’이 아니라 ‘선견지명 있는 선투자’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

지켜볼 것

  • 미 해병대의 ALC 단일 기종 선정 발표 — 2027년 실전적 시연 이후로 예상되며, 에어버스와 니어어스오토노미 컨소시엄 중 누가 승자가 되는지가 이 시장의 방향을 가른다.
  • 미 육군이 ALC 유사 무인 보급헬기의 요구성능(ORD)을 공식 문서로 내놓는지 — MV-75 초도 비행과 시험 이후인 2026년 말에서 2027년이 분수령이다. 이게 나와야 비로소 ‘추정 수요’가 ‘실제 사업’이 된다.
  • 기수 클램쉘 화물도어의 실제 비행시험 여부 — 목표 시점은 2029년에서 2030년. 이 부품이 날아야 MQ-72C는 비로소 이름값 하는 화물헬기가 된다.

자주 묻는 질문

MQ-72C는 완전 무인기인가?

현재 데모기에는 안전 확보용 조종사가 탑승한 상태다. 자율비행 시연 동안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지는 않았지만, 완전 무인화에 필요한 기수 클램쉘 화물도어는 아직 비행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이번 육군 시연 비용은 누가 냈나?

에어버스가 전액 자비로 부담했다. 육군은 참관만 했다.

MQ-72C와 경쟁하는 기종이 있나?

있다. 리어니어 AW139 기반의 니어어스오토노미-허니웰 컨소시엄이 미 해병대의 공중 물류 연결기 사업에서 경쟁 중이며, 2025년 5월 조종사나 원격조작자 없는 완전 자율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이 사업과 어떤 관계가 있나?

MQ-72C 기체 자체와 한국의 직접적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쉴드AI의 2025년 3월 투자 라운드에 한화자산운용이 참여한 바 있어, 한국 자본이 간접적으로 이 생태계에 걸쳐 있다.

대표 사진 — 미 육군
본문 사진 — 미 주방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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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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