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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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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본 적 없는 요격탄에 ‘역대 최강’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록히드마틴의 PAC-3 에지는 아직 한 번도 날아본 적 없다. 자체자금 선투입과 2024년 폐기됐던 사업의 부활 뒤에 숨은 돈과 시간의 구조를 짚는다.

미 육군 패트리엇 PAC-3 요격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
사진: 미 국방부

날아본 적 없는 요격탄에 '역대 최강'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단 한 번도 하늘을 날아본 적 없는 미사일이 '역대 가장 유능한 패트리엇 요격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공개됐다. 비행시험 기록은 0건, 공개된 건 설계도와 실물모형뿐이다. 그런데도 제작사는 이 물건을 ‘세계 최고 수준의 다층방어 체계’라고 부른다. 전장에서 검증된 적 없는 쇠붙이에 최상급 형용사를 붙이는 건 방산업계의 오래된 화법이지만, 이번엔 숫자 배치가 유독 노골적이다.

록히드마틴은 이 요격탄 시커 하나에만 최대 8억 달러를 쓰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미 육군이 이 사업에 책정한 공식 예산은 2028회계연도부터 4년간 17억 달러다. 민간 기업의 ‘선투자’가 정부의 ‘공식 승인 예산’과 맞먹는 규모라는 뜻이다. 누가 이 게임의 카드를 쥐고 있는지, 숫자가 먼저 말해준다.

사건 자체는 단순하다. 록히드마틴이 10월 9일 패트리엇 체계용 신형 요격탄 PAC-3 에지(Patriot PAC-3 Edge)를 공개하고, 미 육군의 차세대 요격탄 경쟁 ‘퓨처 인터셉터 프로그램(Future Interceptor program)’ 다음 단계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신형 시커와 노스롭그루먼제 3단 펄스 고체로켓모터를 얹어 기존 주력 요격탄 PAC-3 MSE(PAC-3 Missile Segment Enhancement)보다 기동성과 속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시험은 2027년, 초기 배치는 2031년을 목표로 한다. 국내 매체 다수는 이 발표를 그대로 요약 번역하는 데 그쳤다. 그 뒤에 있는 돈과 시간의 구조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먼저 지르는 쪽이 설계도를 가진다

겉으로는 민간 기업이 국가안보에 기여하겠다며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그림이다. 실제로는 정부가 예산을 확정하기도 전에 기업이 자기 돈을 먼저 태워 사업을 기정사실로 만드는 구조다. 록히드마틴은 스트리고 제품센터(Strigo Product Center)의 시커 개발에 이미 2억5000만 달러를 투입했고, 전체 시커 투자 계획은 8억 달러에 이른다. 미사일 본체 개발에도 자체 자금 5000만~1억 달러 이상을 썼다고 밝혔다. 반면 육군의 공식 퓨처 인터셉터 예산은 2028회계연도부터 4개년 17억 달러 수준이다.

순서가 뒤집혀 있다. 보통은 정부가 요구사항과 예산을 먼저 정하고 기업이 거기에 맞춰 제안서를 낸다. 이번엔 기업이 실물모형과 투자 규모를 먼저 내놓고, 육군은 ‘다음 단계로 선정했다’는 발표로 뒤를 따라가는 모양새다. 공식 예산이 확정되기 전에 설계와 자금 투입이 상당 부분 끝나 있다면, 육군이 실제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생각보다 좁을 수 있다. 이미 586억 달러 규모로 불어난 PAC-3 MSE 다년도 생산계약과 연간 600기에서 2000기로의 증산 계획까지 더하면, 록히드마틴은 이미 이 시장에서 발을 뺄 수 없는 위치에 자신을 밀어 넣어 놓은 셈이다.

2024년에 묻었던 사업이 2년 만에 되살아났다

미 육군은 2024년 10월, 지금의 퓨처 인터셉터와 성격이 거의 같은 ‘로어티어 퓨처 인터셉터(Lower-Tier Future Interceptor, LTFI)’ 사업을 접었다. 당시 담당 소장은 그 계열 요격탄이 매우 성능이 뛰어나지만 동시에 매우 비싸다고 밝혔다. 그런데 딱 2년 만에, 사실상 같은 두 업체 구도로 비슷한 사업이 부활했다. 비용이 문제였다는 2024년의 설명이 맞다면, 그 비용 문제가 2026년에 갑자기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가 보기에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은 예산 바깥에 있다. 이 2년 사이 PAC-3 MSE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탄도미사일 요격과 중동에서의 이란 미사일 요격에 실전 투입되며 재고를 빠르게 소모했다. 육군이 생산량을 연 600기에서 2000기로 세 배 넘게 늘리는 계약을 맺은 것도 같은 시기다. 비용 논리가 전황이라는 변수 앞에서 뒤집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건 추정이다. 육군이 공식적으로 ‘전쟁 소모 때문에 재추진했다’고 밝힌 적은 없고, 예산 자료와 전황 보도의 시점이 겹친다는 정황뿐이다.

이 구도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는 경쟁사 이름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록히드마틴 미사일·화력통제 부문 사장 팀 케이힐은 두 개 업체가 남았다고만 밝혔다. 과거 LTFI에서 맞붙었던 레이시온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경쟁자가 가려진 채 ‘경쟁 중’이라는 말만 반복되면,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가격 인하 압박은 피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이게 단순히 공식 발표 전 단계라서일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할 근거는 아직 없다.

보도자료 속 괴물과 시험장 속 실물모형

록히드마틴은 PAC-3 에지가 실전 검증된 PAC-3 MSE를 기반으로 더 뛰어난 기동성·출력·속도를 제공해 육군의 다층방어 체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힐 사장은 또 이것이 단일 시커 솔루션이 아니라 여러 교전 영역에서 작동할 시커 패밀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모든 설명에는 사거리, 요격고도, 속도 같은 핵심 수치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비행시험은 아직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AUSA 전시장에 서 있는 건 완성된 무기가 아니라 잘 만든 실물모형이다.

물론 PAC-3 MSE 자체가 실전에서 검증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PAC-3 에지가 완전히 새로운 체계보다는 리스크가 낮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록히드마틴 쪽도 단가를 기존 MSE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혀, 2024년 LTFI를 무너뜨렸던 ‘너무 비싸다’는 우려를 일부 해소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그 단가 자체도 보고 시점에 따라 약 420만 달러와 460만 달러대로 엇갈려 제시돼 왔다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

이 대목에서 국내 일부 매체는 PAC-3 에지가 기존 가격대에서 성능을 끌어올리면 중동·유럽 시장에서 한국산 천궁-II(Cheongung-II)와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Long-range Surface-to-Air Missile)가 누려온 가성비 우위가 좁혀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틀린 걱정은 아니다. 다만 이 분석들은 PAC-3 에지가 아직 비행시험조차 거치지 않았고 LTFI라는 유사 사업이 한 차례 비용 문제로 폐기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함께 짚지 않았다. 아직 날지 않은 무기를 기준으로 한국 수출 전략을 수정할 단계는 아니다. 한국 공군이 PAC-3 MSE를 운용 중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증산이 정비부품 조달 지연 리스크를 줄여줄 가능성 정도가, 지금 확인 가능한 가장 현실적인 한국 연결고리다.

록히드마틴이 지금 팔고 있는 건 요격탄이 아니라 자리다

내가 보기에 이번 PAC-3 에지 공개의 실질적 목표는 육군의 성능 승인이 아니라, 2028회계연도 예산 편성과 그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질 패트리엇 생산라인의 독점적 지위 선점이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공식 예산보다 훨씬 큰 자체 투자를 먼저 집행해 육군의 선택지를 좁혀놓았다. 둘째, 이미 586억 달러 규모로 불어난 PAC-3 MSE 계약과 연 2000기 증산 체제 위에 PAC-3 에지를 올려놓음으로써, 육군이 설령 다른 업체를 고르더라도 생산 인프라와 운용 경험 면에서 록히드마틴을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를 이미 만들어 놓았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그건 레이시온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경쟁자가 예상보다 빨리 구체적 성능 수치와 가격을 공개하며 실질적인 가격 경쟁을 일으킬 경우일 것이다. 혹은 2028회계연도 예산안에서 퓨처 인터셉터 항목이 지금의 17억 달러보다 훨씬 크게 늘어나 육군이 실제로 ‘선택할 여지’를 갖게 되는 경우도 이 판단을 뒤집을 조건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숫자만 보면, 저울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지켜볼 것

  • 퓨처 인터셉터 경쟁의 두 번째 참여사가 공식 확인되는지 — 2027년 시험 개시 전까지 나올 가능성이 크며, 확인되면 ‘경쟁을 가장한 독점’인지 실제 양강 구도인지 판가름할 단서가 된다.
  • PAC-3 에지의 첫 비행시험 결과와 구체적 성능 수치 공개 여부 — 2027년 예정으로, ‘역대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실제 데이터로 뒷받침되는지 확인되는 시점이다.
  • 2028회계연도 예산안에서 퓨처 인터셉터 항목의 실제 배정액 — 2027년 예산안 발표 시 공개되며, 록히드마틴의 자체 투자와 공식 예산 사이 간극이 좁혀지는지 보여준다.

자주 묻는 질문

PAC-3 에지는 기존 PAC-3 MSE와 무엇이 다른가?

신형 시커와 노스롭그루먼제 3단 펄스 고체로켓모터, 개선된 자세제어 추력기를 적용해 기동성·출력·속도를 높였다고 설명됐다. 다만 구체적 사거리·고도·속도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PAC-3 에지는 언제부터 실전 배치되나?

2027년 시험을 시작해 2031년 초기 배치를 목표로 한다.

미 육군의 퓨처 인터셉터 경쟁에서 록히드마틴 외 다른 업체는 누구인가?

팀 케이힐 록히드마틴 미사일·화력통제 부문 사장은 두 개 업체가 남았다고만 밝혔고, 다른 한 곳의 이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과거 LTFI 경쟁 상대였던 레이시온이 거론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번 발표가 한국 천궁-II·L-SAM 수출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나?

확인된 계약 변화나 수출 손실 사례는 없다. 일부 국내 매체가 중동·유럽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했을 뿐, 이는 아직 비행시험도 거치지 않은 요격탄을 전제로 한 분석적 추정이다.

대표 사진 — 미 국방부
미국 연방정부 저작물(퍼블릭 도메인)입니다. 미 국방부 시각자료의 사용이 국방부의 보증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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