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2026년 9월 20일 (일)

LUXDIGEST

밀리터리뉴스

‘Right to Repair’의 중요성: 펜타곤과 군사 시스템

펜타곤이 계약자 지원 없이 시스템 수리를 원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Right to Repair’의 중요성: 펜타곤과 군사 시스템

펜타곤의 ‘수리 권리’, 군사 시스템 자립의 조건

미 국방부의 ‘Right to Repair’ 논의는 소비자용 전자제품의 수리권과 같은 개념을 군사 장비에 그대로 적용하는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무기체계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기술자료와 지식재산권을 정부가 충분히 확보해, 특정 방산업체에만 의존하지 않는 정비 역량을 갖추는 데 있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2025년 보고서에서 데이터 권리 부족이 수리 지연과 비용 상승, 특정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전시와 긴급 상황에서 장비 가동률과 작전 지속성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군사 분야에서 말하는 ‘Right to Repair’란

군사 분야의 수리 권리는 정비병이나 정부 정비창이 장비를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기술 매뉴얼, 설계자료, 소프트웨어 문서, 부품 정보와 관련 데이터 사용권을 확보하는 개념에 가깝다.

따라서 단순히 장비를 분해할 수 있는 권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자료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계약상 사용·복제·제공 범위가 제한되면, 다른 업체에 정비를 맡기거나 정부 정비창에서 수리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펜타곤이 수리 자립을 중시하는 이유

작전 중 정비 지연을 줄이기 위해

군사 장비는 평시뿐 아니라 해외 작전과 긴급 동원 상황에서도 가동돼야 한다. 계약업체의 현장 지원이나 전용 수리시설에만 의존할 경우, 배치 지역과 공급망 상황에 따라 정비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미국 법은 국방부가 국가 비상사태와 동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소유·운영의 핵심 군수 역량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core logistics capabilities’에는 무기체계와 군사 장비를 유지·수리할 수 있는 인력, 시설, 장비와 기술 역량이 포함된다.

독점 공급과 비용 상승을 막기 위해

기술자료와 데이터 권리가 부족하면 특정 업체가 사실상 유일한 수리 공급자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는 정비 업무를 경쟁 입찰로 전환하거나 대체 공급업체를 육성하기 어려워진다.

GAO는 2025년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인 F/A-18, F-35, 연안전투함, 스트라이커 장갑차, 버지니아급 잠수함 프로그램에서 데이터 권리와 자료 관리 문제가 유지·보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단일 공급업체 의존은 수리 기간과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법적·기술적 장벽은 무엇인가

기술자료의 소유권과 사용 범위

미국의 국방조달 규정은 기술자료가 정부 자금으로 개발됐는지, 업체의 자체 비용이 투입됐는지 등에 따라 정부와 계약자의 권리를 다르게 정한다. 정부가 자료를 받았더라도 외부 업체에 공개하거나 경쟁 정비에 활용할 권리까지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법은 운용·정비·설치·훈련에 필요한 일부 기술자료에 대해 정부의 권리를 인정하지만, 세부 제조공정이나 생산기술 자료는 별도로 제한될 수 있다. 이 경계가 정부 정비 역량 확대와 업체의 영업상 권리 사이에서 핵심 쟁점이 된다.

자료를 받아도 검토하고 관리할 역량이 필요하다

군사 프로그램은 수천 건에 이르는 기술자료와 데이터 납품물을 받는 경우가 있다. GAO는 국방부 일부 프로그램이 자료의 완전성과 정확성을 검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료 검토 도구와 절차도 부처 전체에서 충분히 조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리 자립은 매뉴얼을 확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 정비창의 숙련 인력, 전용 장비, 부품 공급망,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체계와 보안 절차까지 함께 구축돼야 실질적인 수리 능력으로 이어진다.

국방부의 해법은 조달 단계부터 시작된다

국방부는 최근 지식재산권 전략을 무기체계의 획득 단계뿐 아니라 전 수명주기에 걸쳐 관리하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다. 미 국방부 지식재산권 가이드북도 초기 계약 단계에서부터 유지·보수와 경쟁 조달에 필요한 자료와 사용권을 식별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이 접근법은 장비가 이미 배치된 뒤 자료를 추가로 구매하려는 방식보다 비용과 협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설계·정비 자료가 필요해진 시점에는 계약업체와의 협상력이 약해지고, 자료 확보 비용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정비를 정부가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민간 방산업체의 전문성과 산업 기반을 활용하되, 정부가 필요할 때 직접 수리하거나 다른 업체를 활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수리 권리는 군사 경쟁력의 문제다

군사 시스템의 ‘Right to Repair’는 단순한 비용 절감 정책이 아니다. 정비 역량과 기술자료에 대한 접근권은 전시 동원, 공급망 안정성, 장비 가동률, 방산업체 간 경쟁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앞으로 국방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무기체계 도입 초기부터 필요한 데이터 권리를 계약에 반영하고, 정부 정비창의 인력과 시설을 유지하며, 민간업체와 정부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자료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결국 펜타곤이 추구하는 수리 자립은 계약업체를 배제하는 정책이 아니라, 필요할 때 누구에게 어떻게 정비를 맡길지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자주 묻는 질문(FAQ)

군사 분야의 ‘Right to Repair’는 일반 소비자 수리권과 어떻게 다른가요?

소비자 수리권이 제품 소유자의 수리 접근성을 중심으로 한다면, 군사 분야에서는 정부 정비창과 승인된 정비업체가 장비를 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기술자료와 데이터 사용권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펜타곤이 모든 무기를 직접 수리하려는 것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민간 방산업체의 지원을 계속 활용하되, 긴급 상황이나 공급업체 변경이 필요한 경우 정부가 직접 수리하거나 다른 업체를 경쟁에 참여시킬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하려는 취지입니다.

군사 장비 수리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설계도와 정비 매뉴얼 같은 기술자료의 부족, 자료 사용권 제한, 독점 공급업체 의존, 숙련 정비 인력 부족이 주요 문제로 꼽힙니다.

미국 법은 국방부의 정비 권리를 보장하고 있나요?

미국 법은 국방부가 핵심 군수 역량과 정부 소유·운영 정비 능력을 유지하도록 요구합니다. 다만 정부가 확보할 수 있는 기술자료의 범위와 외부 제공 권한은 개발 비용과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리 권리가 군사 예산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나요?

경쟁 가능한 정비업체를 확보하고 정부 정비창을 활용하면 특정 업체에 대한 독점 의존을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인력·시설·장비를 구축하는 초기 비용이 필요하므로 모든 체계에서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김지훈 기자
Facebook X (Twitter) 링크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