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일본 방산 기술 협력, 외교를 넘어 산업 생태계로
인도와 일본의 방산 협력은 고위급 안보 대화와 연합훈련 중심에서 방산 장비·기술의 실제 이전과 공동 생산 논의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다만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정치적 합의보다 기업 참여, 기술 보호, 현지 생산 역량을 함께 키워야 한다.
양국 협력은 인도·태평양의 해양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일본 방산업체에는 해외 사업 기반을, 인도에는 방산 자립과 제조 역량 확대의 기회를 제공한다. 성패는 협력 사업을 일회성 장비 수출이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프로젝트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2015년 협정이 만든 방산 협력의 제도적 기반
인도와 일본의 방산 협력은 2014년 이후 빠르게 제도화됐다. 2014년 정상회담에서는 방위장비·기술 협력과 일본의 US-2 수륙양용기 관련 협의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고, 양국은 방산 분야의 실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 외무성 발표에 따르면 양국은 2015년 12월 방위장비·기술 이전 협정과 비밀군사정보 보호 협정에 서명했다. 방위장비·기술 이전 협정은 공동 개발·생산과 장비·기술 이전을 위한 법적 틀을 마련하고, 제3국 이전과 목적 외 사용을 제한하는 절차를 규정했다.
이 협정은 2016년 3월 발효됐다. 이후 양국은 방산 장비·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공동 실무협의체를 운영했고, 일본 방위성은 2024년 기준 양국 간 관련 협의가 일곱 차례 열렸다고 설명했다.
협력의 초점은 상징적 장비에서 실질적 이전으로
US-2 협의가 남긴 과제
일본의 US-2 수륙양용기는 인도·일본 방산 협력의 상징으로 자주 거론돼 왔다. 양국은 2013년부터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지만, 가격과 운용 요구조건, 조달 절차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실제 도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US-2 사례는 고성능 장비의 관심만으로는 방산 협력이 사업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운용 개념, 유지·보수 체계, 현지 생산, 장기 비용을 초기 단계부터 조율해야 한다는 교훈이 남았다.
UGV·로보틱스와 UNICORN 프로젝트
양국은 2018년 무인 지상차량과 로보틱스 분야의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밝히며, 양국 협력이 단순한 장비 구매를 넘어 공동 기술 개발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가장 구체적인 진전은 일본의 함정 탑재용 복합통신안테나인 UNICORN이다. 2024년 8월 양국은 관련 기술 이전 협의를 가속하기로 했고, 일본 방위성은 같은 해 약 15억 엔 규모의 방산장비 이전 촉진기금 지원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2024년 11월에는 UNICORN 이전을 위한 이행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2026년 8월 20일 일본 방위성 발표는 이 사업을 양국 간 첫 방산장비 이전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조기 실현을 위해 인도의 국내 절차를 포함한 후속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 통합의 핵심 변수는 ‘불균형’보다 ‘연결 방식’
인도와 일본의 방산 산업은 규모와 구조가 다르다. 일본은 센서, 통신, 전자장비, 함정 관련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방산 수출 경험과 해외 공급망은 제한적이다. 인도는 대규모 군수 수요와 제조 기반을 갖췄지만, 분야별 기술 자립도와 민간 방산기업의 참여 수준에는 편차가 있다.
따라서 양국의 과제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아니다. 일본의 핵심 기술과 인도의 생산·정비·조달 역량을 어떤 사업 구조로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기술 이전 범위, 지식재산권, 보안 기준, 품질관리 체계를 사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협력은 시제품 단계에서 멈출 수 있다.
특히 인도의 복잡한 조달 절차와 현지화 요구, 일본의 엄격한 방산 기술 이전 심사는 사업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요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간 협정에 더해 양국 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실무협의와 장기적인 유지·보수 계약이 필요하다.
산업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세 가지 조건
1. 공동 개발보다 먼저 운용 요구조건을 맞춰야
장비의 성능을 정한 뒤 상대국에 적용하는 방식은 비용과 일정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양국 군이 실제로 필요한 임무, 작전 환경, 정비 주기, 교육 체계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장비를 설계해야 한다.
2026년 8월 양국 국방장관은 방산 장비·기술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양국 군종 간 운용 요구조건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했다. 이는 협력의 출발점을 정치적 선언에서 실제 조달 수요로 옮기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2. ‘일본 설계·인도 생산’ 구조를 제도화해야
인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협력은 완제품 수출만으로 어렵다. 현지 조립과 정비, 부품 공급, 기술인력 양성, 후속 개량까지 포함하는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인도 정부의 자립화 정책과 일본 기업의 사업성이 동시에 확보된다.
일본 방위성이 2026년 제시한 ‘Design with Japan, Make in India’ 방향은 이런 현지화 모델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생산 물량, 기술 이전 수준, 품질 책임, 수출 권한을 계약 단계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3. 공동 실무조직과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야
방산 협력은 정상회담이나 국방장관 회의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시험평가, 보안 승인, 조달 예산, 기업 간 계약, 부품 인증이 순차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양국은 2026년 8월 운용·정보·장비·기술·산업 분야를 통합 조정하는 국장급·차관보급 실무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조직이 실질적인 조정 권한과 정기적인 사업 점검 기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초기 연구개발 비용과 현지 생산 전환 비용을 정부가 일부 지원해야 기업이 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인도-일본 방산 협력의 전망
양국의 방산 협력은 아직 대규모 공동 생산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방위장비·기술 이전 협정, 무인체계 공동연구, UNICORN 이전 협의, 함정 정비 협력 논의가 이어지면서 협력의 질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2024년 2+2 회의에서 UNICORN 관련 협력과 방산 장비·기술 분야의 추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고, 2026년에는 해양안보와 함정 설계·건조, 정비·수리, 공동 연구개발로 협력 의제를 확대했다. 이는 양국 협력이 단일 장비의 이전을 넘어 산업 연계형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지속 가능성은 협력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인도는 예측 가능한 조달과 투자 환경을 제공하고, 일본은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에 대한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될 때 인도-일본 방산 기술 협력은 외교적 상징을 넘어 인도·태평양 방산 공급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FAQ)
인도와 일본의 방산 협력은 언제 본격화됐나요?
양국은 2014년 이후 방산·안보 협력을 확대했고, 2015년 방위장비·기술 이전 협정에 서명하면서 협력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해당 협정은 2016년 3월 발효됐습니다.
인도-일본 방산 협력의 대표적인 사업은 무엇인가요?
US-2 수륙양용기 협의, 무인 지상차량·로보틱스 공동연구, 함정 탑재용 복합통신안테나 UNICORN 기술 이전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UNICORN 프로젝트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UNICORN은 양국 간 방산장비 이전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한 사례입니다. 2026년 8월 일본 방위성은 이 사업을 양국 간 첫 방산장비 이전 프로젝트로 설명했습니다.
인도와 일본의 방산 협력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양국의 방산 산업 구조와 조달 체계가 다르고, 일본은 기술 이전과 보안 규제가 엄격하며 인도는 현지 생산과 자립화를 중시합니다. 운용 요구조건과 기술 이전 범위를 조기에 맞추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방산 협력의 산업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동 개발 단계부터 운용 요구조건을 통합하고, 인도 내 생산·정비·인력 양성을 포함한 현지화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양국 정부와 기업을 연결하는 상설 실무조직과 안정적인 연구개발 재원이 필요합니다.